[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도 그림자가 있었다.
국내 인권단체들은 사회적 논의의 부족과 기본권의 지속적인 침해가 있었다는 지적을 내놨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1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코로나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 보고회’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방역 조치로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방역’이란 명목 하에 개인의 권리가 무너진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즉, ‘인권의 기준과 원칙’에 맞는 국가정책의 발전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관련해 정부는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최소 수만명에게 시설 격리, 수십만명에게 자가격리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당시 조치는 법에 근거한 강제격리인지, 당사자의 동의하에 이뤄줘야 하는 자발적 보호인지 구별되지 않고 ‘격리’ 명령이 내려졌다“며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감염병 의심자’라는 모호한 단어로 규정돼 있고, 이에 대한 이유 설명, 이의제기권이 포함되지 않았다. 격리대상자도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고 피해자로 봐야 하지만 부족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감염병 예방의 필요성과 위험성에 과도하게 집중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정부 차원의 강제적 행정명령이 내려졌다는 말이다. 황 변호사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과잉금지원칙이 지켜져야 했고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돼선 안 됐다“고 지적했다.
자가격리 위반자에게 제공된 안심밴드도 논란이 있긴 마찬가지였다. 특정 강력범죄자들에게 예외적으로 사용되는 전자팔찌와 유사한 성격을 띠는 안심밴드를 자가격리자에게 착용하게 하려면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자가격리를 위반한 사람들에게 동의를 얻어 안심밴드 착용을 요구하고 있다. 착용을 거부하면 시설 격리 및 그에 따른 비용을 부담케 했다. 이에 대해 황 변호사는 “시설 격리는 의료적 조치인데 안심밴드와 관련해선 징벌적 격리로 볼 수 있다. 의료와 전혀 무관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황 변호사는 ”인권과 감염병 예방을 양자택일의 문제라기보단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위기나 재난 상황에서 공포와 혐오에 휩쓸리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존중돼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확진자의 동선공개를 둘러싸고 인권 침해라는 꼬리표는 계속 붙는다. 희우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 이사회(EDPB)는 코로나19 사태에 있어 개인의 정보인권이 제한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며 “코로나19 사태에 감염병 예방을 위해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권리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경로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감염이 확산됐다’는 사회적 질타를 계기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 원칙은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힘입어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초기부터 확진자의 동선을 비롯해 질병의 확산 양상 및 대응 관련 정보를 세세하게 공개했다. 희우 활동가는 “이러한 정보 공개 과정에서 정보인권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확진자의 성별·성씨·직업·국적·종교 등 확진자 개인정보의 일부가 공개돼 개개인이 식별될 위험을 높여 프라이버시 침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확진자 동선 파악을 위해 카드사용기록·교통카드사용기록·CCTV영상·위치정보 등을 수집하는데, 보건당국이 수집한 정보를 적절히 관리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수집된 개인정보 역시 아직 폐기하지 않고 질병관리본부가 갖고 있는데, 과도하게 수집된 정보가 제대로 된 관리 및 폐기 규칙도 없이 계속 집적되는 건 유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희우 활동가는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확진자별 동선 대신 데이터만 공개하고, 개인정보의 공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확한 감염경로 파악을 위해선 객관적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수 있지만, 정당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더라도 적절한 감독 장치가 없다면 얼마든지 남용될 수 있다. 정부는 기술적 보호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고 수집된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폐기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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