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연패 끊던 날, 5년차 한화팬은 내일을 걱정했다

18연패 끊던 날, 5년차 한화팬은 내일을 걱정했다

18연패 끊던 날, 5년차 한화팬은 내일을 걱정했다

기사승인 2020-06-16 06:55:00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B(26)씨는 올해로 5년차 한화 팬이다. 지난 2015년 한화 이글스 대학생 명예기자단으로 활동한 것이 계기다. 그 해 4월 김경언이 끝내기 안타를 때린 SK 와이번스와의 주말 홈경기는 아직까지도 그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B씨는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끈끈한 매력을 가진 한화가 좋았다. 하지만 한화 팬으로서 야구를 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여러 해를 거듭하면서 B씨가 한화에게 거는 기대도 옅어졌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연패를 좀 하더라도 꼴찌만 면하면 충분하다고 B씨는 생각했다. 한화가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프로야구 최다 연패 기록(18연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위기에 처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 아래는 한화의 연패를 지켜본 B씨의 소감을 날짜별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 10연패 : 6월 3일 키움 히어로즈전

또 졌다. 지고 또 지더니 어느새 10연패다. 1회 호잉의 홈런이 나올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수비가 말썽이었다. 2회 수비 실책 때 게임이 반쯤은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5회 송광민의 송구 실책을 보고나선 그냥 TV를 꺼버렸다. 올해도 글렀구나. 꼴찌다.

▲ 13연패 : 6월 6일 NC 다이노스전

이번엔 연패가 좀 길어진다 했는데, 이거 어찌 징후가 심상치 않다. 미디어에선 입을 모아 한화가 삼미 슈퍼스타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설마. 아닐 거다, 아니어야 한다.

▲ 14연패 : 6월 7일 NC 다이노스전

14연패는 구단 역사 타이 기록이란다. 패배보다 화가 났던 건 코칭스태프 없이 감독 홀로 경기를 치렀다는 거다. 어디 이런 일이 흔한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없는 팀이다. 아무리 무관중으로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지만 팬들이 경기를 안 보는 건 아니지 않나. 정민철 단장님이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 “얘기 할 수 없다. 차차 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점도 실망스러웠다. 한용덕 감독님 사퇴는 예상했다. 그래도 마무리가 이렇게 돼서 아쉽다. 첫 해에 되게 잘하셨고 나 또한 감독님한테 기대가 컸다. 이런 식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이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씁쓸하다.

▲ 16연패 : 6월 10일 롯데 자이언츠전

주변에서는 롯데전엔 연패를 끊을 수 있을 거라 했지만, 내 예상이 맞았다. 1군 선수들을 대거 2군으로 내려 보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쯤 마음을 내려놨다. 팬들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가는데, 최원호 감독 대행은 “설마 100패를 하겠냐”는 농담을 했다고 한다. 연패가 더 길어진다고 해서 속상할 것 같지 않다. 얼마나 더 바닥을 칠 수 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 18연패 : 6월 12일 두산 베어스전

이게 뭐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설마’가 현실이 됐다. 연패를 더 해도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마음 곳곳이 헛헛하다. 내일도 두산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렇게 최다 연패 역사를 새로 쓰는 건가? 정말? 진짜로? 참담하다.

▲ 서스펜디드 게임 : 6월 13일 두산 베어스전

“비가 살렸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김태균이 홈런을 치고 분위기가 괜찮았지만 어쨌든 지고 있었다. 상대는 두산이다. 분위기를 확 바꿀 계기도 없었던 것 같고. 차라리 다행이다. 맞을 매를 하루 미뤄서 맞는 것 같지만. 내일은 이길 수 있을까. 

▲ 연패 탈출, 그리고 연승 : 6월 14일 두산 베어스전

8회 6대 5로 이기고 있던 와중에 정우람이 올라왔다. 꼭 막아주길 바랐는데 신인한테 점수를 줬다. ‘안 될 팀은 안되는구나, 오늘도 연패는 못 끊는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9회가 더 극적이었다. 노태형 선수가 안타를 쳐줬다. 그동안 빛을 못 봤던 선수라 더 드라마틱했다. 다행이었다. 너무 다행이었다. 다행이라고 몇 번을 되뇌이다보니 가수 이적의 ‘다행이다’라는 노래까지 생각났다. 이어진 2차전에 대한 계산은 아예 없었다. 연패를 끊었으니 솔직히 2차전은 어떻게 돼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2차전 초반에 분위기 자체가 넘어와서 연승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경기가 끝나고 최원호 감독 대행님이 엄청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봤다. 약간 뭉클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 위기는 다시 온다

“마냥 좋아하기는 힘들었다. 당장 이후의 일이 걱정됐다. 연패가 일상인 팀이지만 이 정도로 연패가 길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앞으로도 이런 위기가 한 번은 더 올 수 있다고 본다. 팀에 해결사가 없고 중심을 잡아줄 고참 선수도 없다. 김태균이 20년 동안 4번 타자인 게 말이 되나 싶다. 새로운 대체자원이 잘 안 보인다. 기사로도 많이 나왔지만 한화 구단 내외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번 연패를 계기로 팀에서 느낀 게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좋은 발판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올해는 기대 안 하려고.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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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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