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배제 이유 무엇이냐” 건국대 총장 선임 두고 갈등 ‘일파만파’

“1순위 배제 이유 무엇이냐” 건국대 총장 선임 두고 갈등 ‘일파만파’

기사승인 2020-06-17 12:25:07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건국대학교에서 총장 선임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동문회와 교수협의회 등은 학교 법인의 총장 선임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16일 건국대학교 민주동문회 ‘청년건대’는 ‘건국 구성원 모두를 들러리로 세운 21대 총장선임을 재고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건국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는 총장후보자선정위원회(총선위)에서 최다 득표자가 합당한 이유 없이 배제되고 다른 후보자가 총장으로 선출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최다 득표자가 아닌 다른 후보자가 선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재단 이사장과 학교 법인은 신년사 등을 통해 수차례 총장선출 참여의 폭을 넓히고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이번 총장 선거는 학교 당국의 공언과 달리 특정인을 염두에 둔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건국대는 총선위를 통해 총장 후보자 3인을 선정, 이사회에서 이 중 1명을 총장으로 선임한다. 21대 총장 선출을 위한 총선위원은 총 75명으로 구성됐다. 교수 43명과 직원 14명, 학생 7명, 동문회 대표 4명, 사회지도층 인사 7명이다. 이들은 총장 후보자의 소견 발표회 등을 들은 후 투표를 통해 상위 3명을 선출했다. 

이번 총장 선거에는 9명의 교수가 출마했다. 취재 결과, 총선위 투표에서는 김성민 철학과 교수가 24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전영재 화학과 교수 18표, 박성열 교육공학과 교수 14표로 그 뒤를 이었다. 이사회는 이 중 2순위였던 전 교수를 신임 총장으로 선임했다. 

반발은 내부에서 먼저 터졌다. 건국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15일 학교 측에 ‘총장후보자 선출과정 부당개입 의혹에 대한 답변 요구서’를 제출했다. 교수협의회는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하는 법인이 원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올리는 3배수에 포함시키고자 일부 총선위원들에게 특정 후보를 투표하도록 종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응당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법인 측에서 특정 후보를 밀어 당선시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공청회·질의응답을 거쳐 뽑힌 1위 후보가 있음에도 2위 후보를 선출한 이유를 해명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인은 건국대 구성원들을 존중하지 않고 학교를 사유재산처럼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이사장이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서 총장선거를 하겠다고 했지만 묵살됐다”고 덧붙였다.  

총선위 운영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국대학교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달 총선위 1차 회의에서 위원장인 A 교수가 총선위 운영위원 구성 표결 등을 비민주적으로 진행했다. 총선위 운영위원은 총장 선출 과정을 결정하며 후보자에 대한 자격 불충분을 주장할 시 후보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운영위원을 일부 교수·교직원으로 한정할지(1안), 학생·동문회 대표 등을 포함할지(2안)에 대한 거수 투표가 진행됐다. 1안 35표, 2안 24표가 나왔다. 

총학생회는 “A 교수가 1안을 의결하려 하자 교직원이 ‘정족수가 70명이고 과반은 36표 이상이므로 의결될 수 없다’고 했다”며 “이에 A 교수는 ‘본인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 제가 1안을 찬성하고 총 36표로 1안이 과반이니 1안을 의결한다’며 의결봉을 3회 내리쳤다”고 설명했다. 이의가 제기됐으나 정족수가 68명이며 의결 정족수는 35표인 것으로 확인돼 1안으로 가결됐다. 총학생회는 “A 교수의 발언으로 공정함, 투명함, 그리고 민주주의를 잃었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건국대는 총장 선임 비판과 관련해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건국대 관계자는 “교수협의회에서 ‘답변 요구서’를 냈을 뿐 구체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인 쪽에서 교수협의회와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동문회인 청년건대의 성명서에 대해서는 “학내 공식적인 단체의 입장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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