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서울시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무증상자에 대한 선제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의심증상은 없지만,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 특성상 코로나19에 노출된 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기자가 직접 신청해 검사를 받아봤다.
지난 8일부터 서울시는 매주 1000명씩 일반인 공개모집 선제검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아침 9시 서울시 홈페이지에 접속해 코로나19 선제검사를 신청했다. 신청페이지에서는 간단한 신상정보를 작성했고 서울의료원 등 8개 병원 중 2개의 병원을 신청하면 해당 병원의 일정에 따라 검사 날짜와 장소를 알려준다고 설명해줬다. 이날 12시가 채 되기 전에 1000명이 다 찼는지 신청 페이지는 막혔다.
이틀 뒤인 10일 문자를 통해 서울의료원에서 오는 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받았다. 신청했던 병원은 은평병원과 보라매병원이었지만, 서울의료원으로 오라고 하니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11일에 신청했던 병원 중 하나인 은평병원에서 검사받으라는 재공지 문자를 보내왔다.
검사받는 모습을 취재만 해왔지, 실제로 검사를 받는다는 생각에 조금 설레기도 했다. 지인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고 하니 다소 놀라는 눈치를 보이기도 했다. 확진자와 접촉한 것이 아니고 서울시에서 ‘무증상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해준다고 해서 신청한 것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계속해야 했다.
16일 검사 당일, 사무실에서 회의를 마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은평병원에 방문했다. 은평병원 선별진료소는 병원 뒤쪽에 마련돼 있었다. 숲으로 둘러싸여 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원해 보였다.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의료진 두 명이 맞이해줬다. 들어가자마자 놓여 있는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서 ‘코로나19 선제검사 신청 및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동의서’를 작성했다. 직업·성명·주민등록번호·성별·주소·연락처 등 기본정보를 작성하고 ▲코로나19 관련 증상 ▲위험지역 방문 ▲확진 환자 접촉 여부에 해당 사항이 없음을 동의했다.
바로 옆 테이블로 옮겨 자리에 앉으니 바로 검사를 시작했다. 별도의 부스에 들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 의료진에게 물어보니 “별다른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라 부스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답해줬다.
검체채취를 위해 입을 벌리니 하얗고 긴 막대기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혀에 힘 빼세요”라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혀를 축 늘어뜨리니 의료진은 목구멍 깊은 곳을 한 번 툭 찍고 막대기를 뺐다. 헛구역질이 나올락 말락 하겠다 싶었는데 정말 짧은 시간 동안만의 접촉이라 애매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어서 “이번에는 코 할게요”라고 하더니 막대기가 코끝으로 쑥 들어왔다. 눈물이 찔끔 날 듯 말 듯 했는데 이 또한 짧았기에 통증이 있지는 않았다.
검사시간만 따져보면 2분 남짓도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의료진은 검사가 끝났으니 이제 가도 된다고 했다. 검사결과는 최대 3일까지 걸릴 수 있지만, 보통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다고 말해줬다. 병원에서 나오는 버스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방문했던 모든 곳이 ‘폐쇄’될 테고, 최근에 만났던 모든 사람은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될 것. 이러한 것들이 걱정되면서 ‘양성’판정을 받으면 직장도 그만둬야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다음 날 서울시로부터 선제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받았다는 문자를 받았고 이러한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서울시 코로나19 선제검사는 오는 12월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주당 1000명이던 검사 대상도 3000명까지 늘렸고, 병원별로 날짜도 직접 시민들이 고를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개선됐다. 18일 기준으로 2100명이 넘는 서울 시민들이 검진을 신청했고 지금까지 선제검사를 통해서 나온 확진자는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증상자 검사를 위한 부스, 의료진을 위한 에어컨 설치 등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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