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의 수능 정시 전형에서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보다 졸업생의 합격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수를 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이 들기에 수능 위주 입시체계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를 통해 받은 ‘최근 5년간 재학생과 졸업생 최종 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소재 주요 12개 대학의 재학생 대비 졸업생 합격 비율은 2016학년도 48.2 대 51.8에서 2020학년도 34.4 대 65.6으로 2배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다.
서울대학교는 2016학년도 수능 정시 전형 합격자 중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이 55.7%(512명)였으나 2020학년도에는 43.4%(374명)로 줄었다. 반면 재수생 이상의 졸업생은 2016학년도 44.3%(407명)에서 2020학년도 56.6%(488명)로 증가했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다. 연세대학교는 2016학년도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과 졸업생 비율이 비슷했으나 2020학년도에는 재학생 31.3%, 졸업생 68.7%로 조사됐다. 건국대학교와 경희대학교, 광운대학교, 동국대학교, 서강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도 재학생과 졸업생 비율이 2016학년도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거나 10% 내외였다. 그러나 2020학년도에는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건국대 2020학년도 수능 위주 전형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합격자는 26.4%에 불과했다. 졸업생은 73.6%에 달했다. 2016학년도 서울여자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는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이 졸업생보다 많았으나 지난 2019학년도부터 역전됐다.
이는 정시에서 재수생이 강세를 보인다는 것을 뜻한다. 강 의원은 “재수는 부유한 가정이 수년 동안 값비싼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가능하다”며 “수능은 사회 통념과 달리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지난 5년간의 대학 입시 결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의 지적처럼 재수를 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 독학으로 재수를 하더라도 교재비와 인터넷강의비 등이 든다. 재수종합반 등 학원에 다닐 경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교육업계에 따르면 재수종합반의 한 달 수업료는 160만원 수준이다. 교재비와 특강비 등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숙식을 하며 공부하는 기숙학원에 다닐 경우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득층일수록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다는 주장을 방증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최근 2년간 전국 대학별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에 따르면 국가장학금을 적게 받은 상위 7곳 대학은 모두 서울에 위치했다. 국가장학금은 소득구간 8분위까지만 신청 가능하다. 월 소득인정액이 922만원 이상이면 신청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 국가장학금 지급 비율이 낮은 상위 7곳 대학의 지급 비율은 평균 22.37%다. 조사 대상인 전국 288개 대학의 평균인 53.58%의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는 정시 확대를 통해 교육격차의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수능 위주 정시전형이 확대된다고 해서 결과적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이는 외려 공교육 정상화를 역행하는 방안이며 (빈부에 따른) 교육격차를 키우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며 “교육격차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 서열의 문제나 노동시장의 문제 등을 병행해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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