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이대로 6개월 더 연장되면, 내년 3월에는 1년치 부실 여신 충격이 은행에 올 것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오는 9월 종료되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재연장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재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상황에 동의하면서도 향후 다가올 ‘리스크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9일 금융위에 따르면 전날 금융당국 및 유관기관,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현황 및 기업 자금사정 동향을 점검하기 위한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서 지원 조치에 대한 재연장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은행권에서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재연장을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당장 9월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차주는 원금+이자와 유예된 이자까지 함께 갚아나가야 한다”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부담이 확 늘어날 경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이 유예되는 동안 은행의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가 ‘마비’된다는 점이다. 통상 은행은 이자가 연체될 경우 부실 여신 등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 만기와 이자 상환이 일괄적으로 연장되면서 부실 여신이 정상 여신으로 둔갑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은행 임원은 “은행은 차주가 이자를 갚지 못하는 경우 부실 여신으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쌓으면서 리스크를 관리한다”며 “현재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이 유예된 대출은 모두 정상으로 분류된 것은 물론 은행의 수익으로 잡혀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지원이 종료되 이러한 대출이 부실 여신으로 재분류되면 은행은 수익이 증발하는 동시에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며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아무런 대책없이 재연장될 경우 그 충격이 중첩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이러한 충격은 은행은 물론 돈을 갚아야 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자를 탕감하는 것이 아닌 유예하는 조치인 만큼 결국 원금과 이자 상환의 부담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달 3일까지 시중은행에서 총 14만1000건, 41조7000억원 규모의 대출에 대해 만기연장이 지원됐다. 제2금융권과 정책금융기관까지 포함할 경우 지원규모는 19만5000건, 61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은행권은 국내 경제상황이 고려해 지원 조치의 재연장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의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해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연장하는 것 만큼 향후 이를 연착륙 시킬 방안이 중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이러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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