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돌연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장례식 첫날인 10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조문객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새벽부터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모여들어 비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박홍근, 남인순, 이학영, 허영, 윤준병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은 빈소가 마련되기 전부터 일찌감치 장례식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실종 신고된 지 7시간여 만인 10일 0시1분에 서울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 시장은 오전 3시 30분쯤 서울대병원에 안치됐다.
조문은 이날 정오부터 시작됐다. 장례는 5일장으로 발인은 이달 13일이다.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이다. 일반 시민은 서울시가 설치한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오는 11일 오전 11시부터 조문할 수 있다.
박 시장이 남긴 마지막 말은 “모두 안녕”이었다. 이민주 서울시장 공보특보는 오전 11시 50분쯤 장례식장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박 시장이 남긴 자필 유서과 발견경위를 공개했다.
공개된 유서에서 박 시장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어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며 “모두 안녕”이라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이 만년필로 쓴 해당 유언장은 서울시 공관 책상 위에서 발견됐다. 유족들의 뜻에 따라 공개키로 했다.
유언장 낭독 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상에서 퍼지는 악의적인 루머에 대해 언급했다.
박 의원은 “SNS상에 근거 없는 출처불명의 글들이 퍼지고 있다”며 “고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가뜩이나 충격과 슬픔에 빠진 유족들이 더욱 더 고통을 겪고 있으므로 무책임한 행위를 멈춰 달라”고 당부했다. 박 시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박 의원은 이날 상주 역할을 하면서 유족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7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고소장에는 전직 비서가 박 시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신체접촉을 당했고, 메신저로 부적절한 내용을 전송받았다는 주장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고인의 ‘미투’ 의혹이 짙어지면서 장례식장 내에서도 한차례 소란이 일었다. 오후 12시 30분쯤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서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인의 미투 의혹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불같이 화를 냈다.
한 취재진이 ‘박 시장의 미투 의혹을 당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냐'라고 질문하자 이 대표는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취재진을 노려보며 “최소한도로 가릴 게 있다"며 호통을 쳤다. 이에 박 시장을 지지하는 유튜버들도 가세해 "기자들 질문 똑바로 하라"며 언성을 높이면서 경직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날 장례식장 앞에는 취재진뿐만 아니라 유튜버들도 자리를 지켰다.
침통한 분위기의 조문은 계속 이어졌다. 일부 조문객들은 눈물을 훔치는 등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은 오전 10시 24분쯤 장례식장을 방문한 뒤 낮 12시 20분 조문을 마치고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지팡이를 짚은 채 오후 2시 24분쯤 박 시장의 빈소에 들렀다. 이 할머니는 "볼일을 보러 왔다가 내려가는 중에 비보를 들었다"며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오후 3시 50분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4시 01분쯤 빈소에 방문했다.
이 밖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등도 박 시장을 조문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인사들과 원불교 등 종교인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전날인 9일 실종 신고됐던 박 시장은 10일 0시1분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서울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 등산로와 조금 떨어진 산속이다. 등산로와 조금 떨어진 곳으로 전해졌다.
인권변호사, 사회운동가에서 시작해 유례없는 3선 재선에 성공, 최장기 서울시장을 지낸 박 시장은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었다. 실종되기 직전까지 서울시정을 돌봤던 그는 미투 의혹 등을 남기며 향년 65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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