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는 광범위한 경향들이 존재한다. 그 경향들은 인류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좌우한다. 새로운 창조와 발명은 인간의 운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인류를 문명사회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반면에 그 반대되는 경향도 많다. 모든 창조와 발명이 인간사회를 문명으로 이끌지는 않는다. 핵무기의 발견과 생화학 가스 같은 것은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이런 무기들이 전쟁에 사용될 경우, 인류는 전멸의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전쟁은 억지 되어야 한다. 전쟁의 발발을 막아야 할 딱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이다. 다른 목적은 없다.
그런데 전쟁 못지않게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이름 모를 질병이다. 어쩌면 이 질병은 지구가 탄생하는 태초부터 잉태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질병의 역사는 사람과 동물의 역사와 동시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을 수 있다. 이 질병의 역사는 자연발생적인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간의 사회적 활동과 더불어 시작된 것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그래서 질병의 일차적 원인이 인간에 있다는 다수의 주장이 있는가 하면 동물과 생태환경에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똑같은 인간이라 하더라도 브라질 아마존강의 밀림 속에서 생활하는 원주민과 뉴욕 맨해튼의 고급 주택에서 생활하는 인간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가를 비교한다면 당연히 아마존 정글 속의 피그미족들이 뉴욕커 보다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뉴욕커에게 질병 전염의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2020년 오늘의 현실을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게 펼쳐진다. 뉴욕커들은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병 확산에 공포와 두려움을 갖고 사는 반면에 아마존 정글 속의 피그미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부터는 비교적 자유로운 삶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문명과 야만, 현대와 원시 사이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병의 위협은 시공(時空)을 떠나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우리 인류를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구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질병이 확산되어 인류를 위협하면 할수록 이 문제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고자 노력하는 열정적인 구조자들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나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오늘 2020년을 사는 전 세계 인류는 바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을 받고 있다. 모두가 이 질병에 떨고 있고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7월 19일 기준으로 602,982명으로 60만 명을 돌파했고, 확진자는 총 14,371,945명으로 1,400만을 넘어섰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 추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37,743명으로 지금까지의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여기에 올가을 2차 대유행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이에 대한 공포가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아낼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조속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 브라질에서는 하루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인도에서도 매일 6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7만5천 명 이상 나오고 있는 긴급한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야말로 현재 전 세계 인류를 위해 그 무엇보다도 값지고 소중한 공익적 기여임이 틀림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 초일류 기업을 이끄는 기업가들과 세계적인 대스타들이 이 기부 대열에 앞장서서 동참하고 있다. 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Madonna)는 지난 4월 4일(현지시각) 빌 게이츠(Bill Gates)가 설립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기부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아내 멜린다와 함께 설립한 재단으로 지난 2월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백신 개발 연구소 7곳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마돈나의 기부금 역시 이번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사용될 전망이다.
마돈나는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는 세계적으로 비상사태에 처해 있다.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가 운영하는 재단이 코로나19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인다. 나는 재단에 기부를 결심했다. 의료 종사자들과 취약계층, 우리 모든 친구들과 가족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빌 게이츠 본인도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지난 3월 14일(현지시각) 코로나19를 비롯한 전염병 대유행을 막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에 몰두하기 위해서 45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향후 아내와 함께 1994년 설립한 자선단체인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운영에 집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이미 지난 2월 초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기부한 데 이어, 최근 400억 달러(약 48조원)가 넘는 기금의 일부를 코로나 백신 개발에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는 수년 전부터 이미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5년 전 TED 강연에서는 “전염병의 확산은 곧 전시 상황(war time)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경계할 것은 미사일이 아닌 미생물일 것”이라고, 오늘날 코로나19 대유행을 예측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이미 2015년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당시엔 감염국에 5,0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기부했고, 이듬해 말라리아 퇴치 사업을 위해 5년간 30억 파운드(약 4조5,380억 원)규모의 기금 조성에 나선 바 있다.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기부는) 저희 둘(자신과 부인)이 한 일 중에 가장 보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세상은 예전의 기부자들 덕분에 훨씬 나은 곳이 되어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의 경우 일부 재계와 연예계 인사들이 국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기부활동에 동참했지만, 아직 전 인류를 살리는 백신 개발에 기부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우리 재계와 연예계도 이런 봉공(奉公)의 정신(public spirit)을 더 폭넓게 발휘해서 인류를 질병의 공포로부터 구하고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보다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의 BTS가 마돈나와 함께 손을 잡고 전 세계 인류를 구하는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한 합동 콘서트를 열어 지구촌 생명살리기 운동에 나설 수는 없을까? 대한민국의 한류 스타와 재계의 자선가들이 마돈나 빌 게이츠와 손을 잡게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한 지구촌 모금 운동에 나설 수는 없을까? 그래서 대한민국의 정신적 정체성인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건국이념을 전 세계를 향해 확산시켜 나갈 수는 없을까?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질병의 위기에 고통 받고 있는 세계인을 향하여 이런 위대한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줄 최적기(最適期)이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