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유충' 공포에 구충제 관심...전문가들 "구충제는 글쎄, 필터는 도움"

'수돗물 유충' 공포에 구충제 관심...전문가들 "구충제는 글쎄, 필터는 도움"

오염된 물에 사는 깔따구, 접촉 시 알러지· 비염 유발 가능성....구충제 복용은 불필요

기사승인 2020-07-22 05:01:18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연합뉴스.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지역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된 가운데 '구충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염된 수돗물로 인한 공포가 확산된 영향으로 보이는데 21일 증권가에는 구충제 관련주가 급등세를 보였다. 수돗물 유충 사건으로 제약사의 구충제 판매 수입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실제 약국가에도 구충제를 찾는 이들이 잇따랐다. 서울 지역의 한 약사는 "한때 동물구충제가 유행했을 때보다는 덜하지만 구충제를 찾는 분들이 꾸준히 나온다"며 "보통 때는 하루에 겨우 한 명 정도였다면 오늘은 오전에만 다섯 분이 구충제를 사갔다"고 전했다.        

앞서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은 경기 파주, 안양, 용인, 서울, 부산, 충북 청주 등에서 잇따라 발견됐다. ·해당 유충은 4급수에 서식하는 깔따구 유충으로 파악됐다. 실지렁이, 깔따구가 서식하는 4급수는 오염이 심한 물로 분류된다. 어떤 물고기도 살지 못하며, 식수는커녕 수돗물로도 적합치 않다. 주로 공업용수 2급 또는 농업용수로 활용된다. 

깔따구는 비염, 알레르기성 천식, 아토피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진다. 깔따구가 발견된 물을 마시거나 접촉했을 때에도 이같은 우려가 상존한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깔따구는 오염된 물인 4급수에 사는 종(種)이다. 아직까지 인체 위해에 대한 직접적인 보고는 없지만, 우리 몸에 접촉했을 때 염증이나 알러지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충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돗물에서 깔따구가 나왔다는 것은 수질오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피해양상을 조사하고, 어디서 오염이 시작는지에 대한 원인규명, 그리고 피해 최소화가 시급하다"며 "집단적으로 발생되어서 문제가 있는 곳에서는 시민들이 필터 등을 사용해 노출을 줄이도록 안내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수돗물 유충'사건과 관련한 구충제 복용은 권장되지 않는다. 깔따구 유충은 몸에서 번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선 한림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깔다구는 기생충과는 전혀 다르다. 깔다구 유충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단백질로 흡수되기 때문에 먹는다고 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며 "회충, 요충 등 기생충 감염이 진단되어서 치료용으로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부러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우리 국민의 경우 따로 구충제를 챙겨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기생충 양성률(감염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허 교수가 대한의사협회지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도 기준 우리 국민의 회충란 양성률은 0.025%, 편충은 0.4%, 요충은 0.0042%에 불과하다. 또 약물 반감기(약효 지속 시간)가 알벤다졸은 8~12시간, 플루벤다졸은 9시간으로 길지 않다.  

허 교수는 "해당 연구는 2012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최근에는 기생충 양성률이 더 낮아져 0.1% 미만으로 추정된다. 기생충에 감염된 환자가 그만큼 극소수일 것이라는 의미다"라며 "예방적 목적의 구충제를 먹는 것도 권장하지 않는다. 구충제의 약효는 하루(24시간)가 지나면 없어진다.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려면 매일 먹어야 한다는 것인데, 간독성 등 부작용을 고려하면 좋은 행동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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