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여권의 ‘최재형 감사원장 찍어내기‘를 두고 감사원의 독립성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최 원장에 대한 여권의 공격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 자신들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그대로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조 교수는 “여러 번 정권교체의 경험은 역지사지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치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대다수 학자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국회에서는 여전히 토론은 실종되고 일방적 법안처리가 강행되고 있으며, 야당은 발목잡기 아니면 의사일정 거부, 퇴장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며 “국회야 원래 그렇다고 쳐도, 이해할 수 없는 건 4월부터 감사위원 자리가 아직 공석인 점이다. ‘감사위원의 임명은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4년이고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헌법 98조 3항)’고 되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최재형 감사원장이 4월 이후 공석인 감사위원에 대한 추천을 받고 ‘친정부 인사’란 이유로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음을 강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 교수는 “이 기사를 읽고 나는 박근혜 정부의 한 사건이 데자뷰처럼 떠올랐다. 당시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서 양건 전 감사원장이 추천한 3명의 후보에 없었던 장훈교수를 추천했는데 감사원장이 선거 때 캠프 출신 인사라며 제청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장훈교수가 그 자리를 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양건 전 감사원장은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사퇴했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 감사원 김영호 사무총장의 증언에 의해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결국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MB의 사대강사업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던 양건 전 감사원장은 임기가 보장된 자리를 청와대 외압에 의해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지금의 민주당이 당시에 했던 발언과 태도만 일관되게 견지한다면 우리 정치는 진일보하리라 생각한다. 당시 민주당은 ‘청와대는 감사원에 대한 인사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법사위원이었던 당시 박지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헌법을 어기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며 헌법에 보장된 감사원장의 임기(4년)를 또다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고 한다. 후임으로 지명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감사위원 제청을 사전에 청와대와 협의하겠다"는 황 후보자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은 "감사원장에게 법으로 보장된 감사위원 제청권 마저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감사원의 독립성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과거 사례를 소개했다.
조 교수는 “쟁점은 청와대가 제청을 요구했다고 알려진 김수오 전 법무차관이 장훈교수만큼 정치적인 인물이냐가 아니라 헌법에 규정된 감사원장의 제청권이다. 어떤 인물이 정치적인지 아닌지는 감사원장이 판단하게 되어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 산하의 행정기관이 아니라 행정부를 견제하는 독립기관이고 따라서 헌법에 감사원장의 임기와 감사위원 인사 제청권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감사원장의 사퇴까지 거론했고, 항명이라는 말도 나왔다. 헌법 학습에 대한 기대는 둘째 치고,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 자신들이 했던 말만 기억하고 그대로 실천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정책에 오류가 있든 없든 여당이 법안 밀어부치기 하는 것까지는 야당이 얼마나 한심하면 저럴까 내심 이해가 된다. 어차피 민주당이 오롯이 책임을 질 일이니 정책은 결과로 말하면 된다. 하지만 인사의 교착상태는 헌법정신에 입각해 순리대로 풀어야지 이렇게 감사원장을 겁박하고 사퇴 운운하는 게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일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했던 말을 실천함으로써 인사 난맥을 해결하고 또 정치발전에도 기여하든지, 아니면 그 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는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보다는 나은 정부를 위해 그 추운 겨울에 촛불을 들었던 국민을 생각해주면 좋겠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랑스러울 때가 훨씬 많았다. 하지만 견제 받지 않는 거대 권력의 탄생으로 그 동안 쌓아올린 민주주의를 잘 지킬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탄핵당한 정부가 왜 민심과 멀어지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길 간청한다. 대통령에게 충성경쟁하느라 보수당을 일베수준으로 전락시킨 전 새누리당 의원들이 현재 어떻게 되었는지 교훈을 얻으면 좋겠다. 지금 일부 민주당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나 민주주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국민들은 악몽의 데자뷰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경험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PS 미래통합당, 당신들이 야당이라고 할 수 있나? 제대로 좀 하시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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