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복통, 설사 반복·지속되는 염증성 장질환, 동반질환에도 주의해야

[칼럼] 복통, 설사 반복·지속되는 염증성 장질환, 동반질환에도 주의해야

기사승인 2020-08-05 09:00:02
▲ 사진=김덕환 교수, 분당차병원 제공

복통, 설사는 살면서 누구나 경험하는 증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자다가 깰 정도의 심한 복통, 하루에도 10번 이상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려야 할 정도로 잦은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나고, 이런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장염이 아닌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크론병 혹은 궤양성 대장염으로 분류된다. 10대에서 20대에 이르는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학업 및 사회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초기에는 장염과 마찬가지로 설사와 복통, 식욕 저하 등이 나타나지만, 일시적이고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히 호전되는 일반적인 장염과는 달리 염증성 장질환은 수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고,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악화돼 혈변 혹은 체중 감소 등의 증상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염증성 장질환의 종류에 따라서 증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궤양성 대장염은 설사와 점액질이 섞인 혈변, 배변 후에도 개운하지 않은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크론병은 심한 복통, 발열,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설사와 함께 나타날 수 있으며 항문 주위에 누공이나 농양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염증성 장질환은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계속 심해지고, 만성적인 장내 염증으로 인해 출혈, 협착, 천공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생기고, 대장암 발생률도 높아지므로, 조기에 진단받고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는 아직까지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염증을 빠르게 호전시켜 증상이 없도록 하고, 재발 및 그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일차적인 치료제는 항염증제를 경구 혹은 좌약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질병의 범위 및 중증도, 약제 반응에 따라 면역조절제나 생물학적제제 등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염증이 아주 심할 때는 빠르게 가라앉히기 위해 단기간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장기간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러한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불응성 염증성 장질환의 경우 결국 수술로 염증이 있는 장을 잘라내야 할 수 있다. 다만 염증성 장질환은 염증이 있는 부위를 수술로 제거해도 남아 있는 장에 다시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반복적인 수술을 시행하게 되면 장루 및 단장 증후군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가급적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요즘 들어 새로운 면역 기전 연구와 이를 이용한 다양한 신약이 개발 중으로 임상시험의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데, 꾸준히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어 이러한 임상시험 약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염증성 장질환은 유병기간이 길어지면 염증이 신체의 다른 부위로 이동해 다양한 동반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를 장관 외 증상이라고 하는데, 눈의 결막염이나 포도막염, 입이나 피부의 발진과 궤양, 관절의 염증으로 인한 부종과 통증 등이 대표적이며, 전체 환자의 약 30%가 이러한 장관 외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꾸준한 경과 추적과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염증성 장질환 관리뿐만 아니라 동반질환을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일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에는 염증성 장질환 전문센터 혹은 전문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소화기내과 뿐만 아니라 영상의학과, 대장항문외과, 류마티스내과, 안과, 피부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의 다학제진료 및 체계적인 질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비교적 희귀한 질환으로 여러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환자에게 맞춤 진료를 제공함으로써 질환 관리에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김덕환 교수
김영보 기자
kim.youngbo@kukinews.com
김영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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