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으로 있으며 기부금 등을 개인계좌로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의 수사가 유야무야 끝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21대 비례대표 배지를 받은 이수진 의원 또한 개인계좌를 통한 후원금 수령 및 횡령 혐의를 받았지만, 수사당국이 사실상 사건을 덮어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의원은 2011년 2월 24일부터 2017년 2월까지 약 6년간 연세의료원노동조합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노조 후원금 등의 일부를 개인계좌와 차명계좌를 통해 수령했던 사실이 확인됐다(참고: [단독] 윤미향, 이어 비례 이수진도 기부금 개인계좌 수령. 등).
여기에 재직시절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에서 가입 노조원 등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의 일부를 노조 집행부 개인의 계좌로 돌려받았던 적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중랑경찰서와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불기소 처리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울북부지검 진현일 검사는 불기소결정서에서 횡령의 건과 관련 “피의자(이수진)가 후원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피의자가 주장한) 단체나 투쟁사업장 등에 후원한 사실이 인정된다. 달리 피의사실(횡령)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근거로는 익숙한 이름인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윤미향 당시 공동대표와 전태일 재단 이수호 이사장 등이 제출한 후원확인서, 투쟁사업장 등의 방문 및 활동사진, 후원금 연수증 등을 제시했다.
후원금이나 장학금을 개인계좌 등으로 수령한 것은 맞지만, 이를 타 단체 등에 후원하는데 썼을 뿐 개인 횡령은 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읽힌다. 그러나 수사과정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몇몇 의문점이 제기됐다. 경찰도 검찰도 이 의원의 계좌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고발인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변호사는 “타 단체 등에 대한 후원금과 같은 지출은 모두 결산승인서 내 지출내역에 대외협력비 명목으로 명기돼 있던 것으로 수입으로 잡지 않았던 개인계좌를 통해 수령한 후원금 등의 지출내역이라고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에게 의견서를 제출하며 노조계좌가 아닌 계좌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요청했지만 검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임의제출만을 요구했다. 이후 피의자가 이를 거부하자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이라며 “통상적인 사건수사의 과정으로 보기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일반적으로 횡령사건의 경우 들어온 수입과 지출을 일대일로 맞춰보는 것이 우선되는데 이 건은 그런 과정이 생략됐다”며 “상식적으로도 얼마를 받아서 얼마를 어디에 썼는지를 확인해야 횡령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 않겠냐”고 수사의 미흡성을 지적했다.
그렇지만 경찰도 검찰도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 심지어 해당 사실을 명시하며 재수사를 요청한 항고조차 기각해버렸다. 이에 대해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사건을 종결한 검찰도 사건을 처리했던 것은 기억하면서도 계좌확인 등이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고발인은 “당시에도 담당경찰은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있던 이수진 사건을 ‘왜 자신에게 가져와 골치 아프게 하냐’는 등 수사 내내 불성실한 행동과 말들로 일관해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게 했다”며 “정치권의 외압이나 수사당국의 충성이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상식적이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전형적인 정치경찰의 행태 아니냐”고 정치권과 수사당국의 결탁을 의심하기도 했다.
한편 이수진 의원실은 후원금 개인계좌 수령 및 장학금 일부 반납 후 횡령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사건”이라며 죄가 없다는 입장만을 밝힌 채 추가적인 입장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의혹이 제기된 이후 갑작스레 휴대전화번호를 바꾼 후 언론을 비롯해 당으로도 번호를 공개하지 않고 일체의 외부 접촉을 차단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련의 행동과 사건에 대해 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4·15 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추천 과정에서 관련 사건을 이미 당 지도부에서 알고 있었고, 일부 노동계 출신 의원들을 통해 문제 제기가 되기도 했지만 앞 순번을 받았다. 당에선 문제없다고 판단했던 것 아니겠냐”며 “당당하다면 언론에 입장을 밝히고 추가 의혹이 있다면 풀어야하지 않겠냐”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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