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악성 댓글(악플)로 피해를 본 연예계 인물은 한 둘이 아니다. 악플로 인한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이들도 많다. 흔히 공인으로 분류되는 스포츠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거나, 패배한 경기에서 ‘역적’으로 몰려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 허다하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여성 비하, 성희롱 등 이중고에 시달리기도 한다.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된 여자 프로배구 선수 출신인 고유민도 생전 지인들에게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채널 ‘스포카도’가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고인은 “‘네가 배구 선수냐’ ‘내가 발로 해도 그것보다 잘하겠다’ 그런 악플들을 보면 운동도 하기 싫고, 시합도 나가기 싫었다”고 고백했다. 또 “나는 레프트를 14년 동안 했다. 십수년 동안 한 레프트를 하면서도 욕을 먹는데, 왜 내가 노력을 해 보지도 않은 포지션을 맡아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소식을 접한 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패를 할 때 악플을 접하면 충격이 더 크다. 경기를 뛸 때 소극적으로 변한다”고 털어놨다.
스포츠 선수들을 향한 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누리꾼들은 연예 댓글과 마찬가지로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사이트의 스포츠 댓글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도 “스포츠뉴스에서의 댓글 금지법을 발의해주기를 요청한다”면서 “과거에는 비판도 스포츠인이 감내해야 될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많은 부분들이 혁신해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네이버는 지난 7일 “그동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전·사후적으로 악성 댓글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왔지만, 선수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이 꾸준히 생성됐다. 악성 댓글의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선수들의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는다는 판단에 따라 (스포츠 댓글을) 잠정 폐지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카카오도 “건강한 소통과 공론을 위한 장을 마련한다는 댓글 본연의 취지와 달리, 스포츠 뉴스 댓글에서는 특정 선수·팀·지역을 비하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악성 댓글이 지속해서 발생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그간의 고민과 준비를 바탕으로 스포츠 뉴스 댓글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댓글 차단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 생태계가 활발하고, 개인 SNS 계정 등을 하나씩은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악플을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일례로 지난달 야구선수 오지환(LG 트윈스)의 아내 김영은은 하루에도 수백 개씩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악의적인 메시지를 받는다고 토로한 바 있다.
최근 악플에 대한 법적 대응을 선언한 한 스포츠단 관계자는 “개인 SNS로도 악성 메시지가 날아와 선수들이 고통 받고 있다”며 “받는 대로 다 캡쳐를 해달라고 했는데 그것마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심한 메시지들은 꼭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댓글 문화가 지닌 순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악플러들은 자신 안에 내재된 분노를 특정 대상에게 푸는 습성이 있다”며 “댓글 차단은 선수들의 상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지만 자칫 프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의 총량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통사고가 난다고 도로에 차를 모두 없앴을 수 없지는 않나. 힘들겠지만 악플 차단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장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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