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그룹 싹쓰리가 쏘아올린 1990년대 댄스음악 열풍이 한 달째 지속되고 있다. 13일 가온차트에 싹쓰리의 데뷔곡 ‘다시 여기 바닷가’는 발매 이후 3주 연속 디지털 종합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후속곡 ‘그 여름을 틀어줘’와 그룹 듀스의 ‘여름 안에서’ 리메이크 음원 역시 인기다. 이런 복고풍 댄스음악 리부트에 힘입어 국내 최장수 혼성그룹 코요태가 낸 ‘바다’(원곡 UP)와 ‘아하’(Oh My Summer), 작곡가 겸 싱어송라이터 박문치의 ‘쿨한 사이’(Cool한 42) ‘MBTI’도 음원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도대체 90년대 댄스음악엔 어떤 비밀이 있기에. 싹쓰리의 사례를 토대로 당시 음악의 특징을 분석해봤다.
Chater1. 흐름 편
90년대 댄스음악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90년대 초중반엔 힙합과 뉴잭스윙이, 중후반엔 당시 ‘테크노’로 불리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인기였다”고 짚었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현진영과 와와 등이 힙합/뉴잭스윙 리듬을 활용한 댄스곡으로 주가를 높였다면, 90년대 중후반엔 가수 이정현이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선봬 ‘테크노 여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런 유행의 배경엔 미국과 유럽의 영향이 크다. 해외에서 유행하던 힙합 댄스와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장르가 한국에 수입되는 과정에서 ‘K팝화’된 것이다. 정 평론가는 “미국의 힙합/뉴잭스윙이나 유럽 클럽 문화에서 시작한 일렉트로닉 음악이 우리나라에선 멜로디가 강조된 형태로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Chapter2. 멜로디 편
유행 가요의 필수 요소로 거론되는 ‘뽕끼’ 있는 멜로디는 90년대 특히 인기였다. 정 평론가는 “도입부나 벌스(Verse, 절) 신나고 즐거우면서도 후렴구에선 아련하거나 구슬픈 느낌을 주는 것”을 ‘뽕끼’의 특징으로 봤다. 밝은 분위기의 장조와 비애감이 드는 단조가 적절히 섞일 때 ‘뽕끼’가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도 C 장조로 시작해 중간 후렴에서 단조로 전조가 발생해 아련한 느낌을 준다. 정 평론가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음악엔 장조와 단조가 같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 균형을 얼마나 잘 맞추는지, 단조에서 선율을 얼마나 잘 꺾어서 만드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가수 이효리의 러브콜을 받아 싹쓰리의 활동곡 후보를 만들었던 박문치 역시 90년대 댄스음악의 특징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한 가지 코드를 반복해서 사용하기보단, 중간에 코드가 바뀌는 노래가 많다”면서 “중독성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멜로디의) 서사가 길다. ‘1분 미리듣기’에서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요즘 노래들과 달리, 전주가 긴 곡이 많은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Chapter3. 가사 편
노랫말은 어떨까. 박문치는 “귀에 쏙쏙 박히는 한국어를 많이 쓰고, 구구절절 이야기를 듣는 듯한 가사가 많다”고 했다. 그가 쓴 ‘쿨한 사이’ 역시 가사의 말맛을 살리기보다는 서사 전달 쪽에 더욱 집중한다. 각자 연인이 있는 두 남녀가 첫사랑과 재회한 뒤 옛 추억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흥겨우면서도 아련한 정취에 담아 나른다.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와 ‘그 여름을 틀어줘’도 비슷하다. 바다나 여름 등을 매개체로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다. 스토리라인이 탄탄한 노래로는 그룹 쿨의 히트곡들을 빼놓을 수 없다. ‘애상’, ‘점보맘보’ 등 세 멤버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가사 내용을 생생한 풍경으로 재현하는 노래들이 여럿이다. 재밌는 건 쿨의 노래 가운덴 막장드라마 뺨치는 가사도 많다는 사실이다. 결혼을 앞둔 신부가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다는 ‘블루 아이즈’(blue eyes), 연인과 놀러 간 해변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는 내용의 ‘해변의 여인’, 친구의 여자친구를 좋아한다는 고백을 담은 ‘십계’ 등 시대를 너무 앞서간 파격 가사가 듣는 재미를 더한다.
wild37@kukinews.com /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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