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집회가 확산 주범?...의료계 "7말8초 조용한 확산이 원인"

8.15 집회가 확산 주범?...의료계 "7말8초 조용한 확산이 원인"

수도권 코로나 유행, 광화문 집회 탓 아냐...편가르기·마녀사냥 우려도

기사승인 2020-08-21 04:08:01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8·15 광복절 집회가 수도권 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지목되고있는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현재 확진자 규모와 광화문 집회의 상관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20일 의료계에서는 최소 7월 말부터 수도권 일대에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제기됐다. 광복절 집회 이전에 수도권 확산을 막지 못한 실제 원인을 다시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잠복기는 최대 14일, 평균 5일 정도다. 암만 빨라도 증상 발생까지 이틀은 넘게 걸린다. 오늘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다고 해서 내일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몸 안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해 충분한 양이 생겨야 진단검사에서 확진판정을 받을 수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5~18일까지 발생한 확진자 규모는 8·15 광복절 집회와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이미 7월 말부터 사회전반에 걸쳐 다양한 곳에서 바이러스가 펴진 결과라고 봐야한다. 15일 정부가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했음에도 대규모 모임이 이뤄진 것은 문제이고, 집회가 촉매 역할을 했을 수 있지만 또 하나의 클러스터일 뿐이다. 지금 수도권 유행이 광복절 집회 탓으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냉정하게 보면 7월 말 8월 초에 (국민들의)여행과 정부의 느슨한 조치들이 선행 요인으로 작용해 1~2주 지나 발현된 결과다. 실제 지역사회 확진자는 광화문집회 이전인 13일, 14일부터 폭발적으로 늘었다. 교회의 환자 발생도 12일부터 나왔다"며 "최근의 폭발적인 발생이 광화문 집회 때문에 생겼다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며 의견을 더했다.

또한 광복절 집회 등 일부 집단에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수도권에 폭발적으로 발생한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가 열리고, 여기에 확진자도 참여하면서 2차적으로 환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당연한 위험 요소다. 그러나 적은 코로나19다. 어떤 일부 집단을 원인으로 지목해 편가르기하는 것은 피해야한다"며 "이것은 바이러스와의 전장이고, 정부와 국민이 연대해 의료계와 함께가야 하는데 여러가지 갈등요인이 지속돼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실제 최근 2주간 국내 지역발생 확진자는 9명(7일), 30명(8일), 30명(9일), 17명(10일), 23명(11일), 35명(12일), 47명(13일), 47명(13일) 등 서서히 증가하다 14일쯤 폭증하기 시작해 85명(14일), 155명(15일), 267명(16일), 188명(17일), 235명(18일), 283명(19일, 276명(20일) 등 세 자릿수대로 올라섰다. 

의료계의 지적대로 바이러스 잠복기가 평균 5일임을 감안하면 수도권에는 이미 광범위한 확산세 퍼진 이후 광화문 집회가 추가된 셈이다. 광화문 집회에 의한 영향은 적어도 20일 이후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집회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전수조사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당시 주최 측이 추산한 집회 참가 인원은 약 100만 명가량이다. 

정 교수는 "8·15 집회에 다녀갔다고 해서 많은 인원을 전수검사를 해야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지금 발견되는 확진자들이 어제 그제 옮겨온 것이 아니고, 이미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 술집 등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충분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거리두기 2단계를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 행정력을 동원해 감성포차 등 위험장소를 철저히 단속해야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집회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의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련해 이날 일부 집회 참석자들이 방역당국의 전수검사를 거부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백 만명을 다 검사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하면 시기적으로나 의학적으로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 양성률이 0.9%인데 무작위 대량 검사를 하면 당연히 이에 비례해 확진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서 정부는 밀폐된 공연장에서 3시간 동안 공연한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배우가 확진됐을 때조차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고, 확진자 가족이 발생한 제주 리조트도 폐쇄하지 않았다. 광화문 집회만 전수조사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느냐"며 "정부의 검사를 무작정 거부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그 이전에 국민을 대상으로 근거없는 마녀사냥식 검사를 강제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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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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