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오는 2021년부터 저축은행업권 전체의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9개 전체 저축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684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5976억원)보다 14.5%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상반기 전체 여신과 수신 잔액은 각각 6.6%, 17.4% 증가한 69조3475억원과 70조708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저축은행 호실적은 국내 ‘빅3’ 저축은행들이 이끌었다. 업계 최초로 총 자산 10조원을 돌파한 SBI저축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47억원 증가한 1336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2위인 OK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09억원 증가한 964억원, 총자산은 7조61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182억원 상승했다.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상반기에 전년동기 대비 66억원 증가한 5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총자산 또한 올해 목표치인 4조원에 근접한 3조5254억원을 시현했다.
역대 최대급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된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에 예·적금이 급격히 몰리다 보니 수신 규모 대비 대출 규모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업권 전체의 대출잔액은 69조3475억원으로 수신잔액보다 1조3605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5년 동안 없었던 현상으로, 대부분의 수익이 이자수익에서 발생하는 저축은행 특성상 여수신 격차를 따라잡지 못하면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신용평가사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저축은행의 실적 악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개인 신용대출 위주의 저축은행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특히 개인 신용대출에 주력하고 있는 상위권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특히 저축은행업권의 수익성(ROA)은 지난해 1.7%에서 올해 말 1.2%, 최악의 경우 -0.4%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더욱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저축은행업권의 전망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김영훈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실물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서민, 중소기업 고객의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대손비용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구역이 한정된 탓에 여러 지역에 걸쳐 다양한 차주로 부실 위험을 분산할 수 없어 다중채무자의 연쇄 파산의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호실적의 이면에는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으로 부실대출 파악이 미뤄진 ‘착시현상’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며 “저금리 기조 속 수신금액이 여신보다 더 빨리 증가하고 있지만,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을 지금보다 더 많이 늘리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어찌보면 대출실적이 아닌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관리로 인한 대출관리와 일회성 요인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대출 만기가 도래할 경우 건전성 관리에 큰 차질이 보일 수 있어 업권 전체의 고민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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