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도 데이터센터 진출...관련 주목해야 하는 사실 셋 

카카오도 데이터센터 진출...관련 주목해야 하는 사실 셋 

네이버보다 규모는 작지만, 수도권으로 접근성은 더 좋아
앞으로 나올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에 힘될 듯
정부 데이터댐·디지털뉴딜 사업에 힘 보탤 수도

기사승인 2020-09-09 05:10:02
▲카카오데이터센터 위치도. /제공=카카오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카카오가 '데이터 저장소' 데이터센터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정보통신(SI)업체가 제공하는 데이터센터를 분산 사용해오던 카카오는 데이터센터를 본격 설립함으로써 앞으로 데이터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의 이번 결정은 인터넷기업으로서는 네이버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경쟁자인 네이버와 비교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언제 가동될지에 대해 확인한다면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하반기 출범할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에 얼마나 기여할지도 주목할 점이다. 또한 이번 카카오의 전격적인 데이터센터 진출 결정이 정부의 디지털뉴딜에 기반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점도 주목된다. 

▲네이버의 '각 세종' 조감도. /제공=네이버


네이버와 비교해 규모는 어떠할까?

카카오가 발표한 데이터센터 규모는 경기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혁신파크 내 1만83833㎡(약 5661평)로, 12만대 서버가 가동될 예정이다.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으면 하이퍼스케일 규모로 불린다. 카카오에 따르면 이 서버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량은 6EB(엑사바이트)에 달한다. 

이를 위해 7일 경기도와 함께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카카오는 이를 위해 4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올 하반기 건축설계를 마무리하고, 2021년 착공을 시작해 2023년 준공할 예정이다. 앞으로 3년이 지나야 완성되는 셈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도 다른 SI업체에 분산해 있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문제가 있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이른바 '데이터 주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상징성도 고려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도 서버 12만대 수준으로 알고 있어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춘천에 인터넷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춘천 데이터센터 '각(閣)'를 구축한 바 있다.  당시 축구장 7배에 달하는 5만4229㎡(약 1만6000평) 규모로 데이터 센터를 구축했다. 여기에 3번의 증축을 거쳐 과거 조성될 때보다 서버 대수가 더 늘어났다.

이뿐 아니라 네이버는 춘천에 이어 세종에 제2데이터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규모는 춘천에 비해 훨씬 더 큰 편이다. 춘천의 5배 이상인 29만3697㎡ 부지(약 9만평) 부지에 설계되는 각 세종의 건축 면적은 405만9431㎡(약 1만2000평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미 토지 매입이 진행됐고 오는 10월부터 부지 조성에 돌입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서버 대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세종에 짓게 되는 부지가 춘천 데이터센터 대비 6배 정도 크다"며 "카카오 대비해서는 어림짐작으로 10배 정도 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 자체는 네이버가 크지만, 카카오도 작다고는 할 수 없는 규모이고, 수도권과 더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것이 장점"이라며 "다만 주의할 점은 데이터센터 서버는 하드드라이브 같이 데스크탑에 계속 용량이 대비할 것을 생각해서 증축 계획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카카오 측이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홈페이지 캡처. /제공=카카오


하반기 출범하는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은?

카카오가 셋방살이를 끝마치고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에는 하반기로 예정된 클라우드 기반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카카오 엔터프라이즈는 연내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워크'와 '카카오 i클라우드'의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우선은 솔루션 구동에 현재 쓰고 있는 SI 업체들의 서버를 이용하되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데이터를 자사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는 지난 6월 카카오i클라우드 홈페이지를 공개한 데 이어 7월에는 기업 대상 i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i클라우드는 퍼블릿과 프라이빗 등 여러 기업의 클라우드를 멀티나 하이브리드 등 원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이는 보통 SI에서 하는 모습과 비슷하지만, 클라우드의 세 단계(아래에서부터 인프라-플랫폼-소프트웨어) 중 경쟁이 치열한 인프라 부문보다는 플랫폼 서비스(PaaS)에 좀 더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주력으로 하는 것은 '컨테이너 팩'이다. 쿠버네티스 엔진, 도커 허브, 차트 허브 등으로 클라우드 컨테이너 서비스 구축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최근에는 인프라 서비스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고, 국내에서도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클라우드 사업에서 플랫폼 사업을 주력으로 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한 카카오 기업용 솔루션의 완성형 형태가 하반기 완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아무래도 시스템의 보안성 등에서 고객에게 더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프라 투자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플랫폼 영역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인프라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왼쪽부터 윤화섭 안산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카카오 여민수 대표이사, 한양대 김우승 총장. /제공=카카오


정부의 디지털뉴딜 '데이터댐' 사업 동참할까?

데이터센터 구축은 정부의 디지털뉴딜 사업과도 맥이 닿아 있다. 디지털 뉴딜은 정부가 미래산업의 핵심을 데이터·네트워크·AI(D.N.A)로 보면서 관련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국가 사업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놓고 그린 뉴딜과 함께 디지털 뉴딜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와 함께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뉴딜에 2020년까지 13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의 앞자를 딴 D.N.A. 생태계 투자에 2022년까지 6조4000억원의 재정투자를 집중한다. 이를 통해 22만2000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다.

네이버는 당시 디지털뉴딜 사업 국민보고회에 한성숙 대표가 직접 출연해 네이버의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해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보고대회에서 "데이터의 가능성과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네이버이기에 데이터를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네이버가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가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하려 한다"며 "이 데이터가 AI 연구와 여러 산업에 자유롭게 활용돼 4차 산업혁명의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 대표는 "소상공인과 창작자를 위해 더 쉽고 편리한 플랫폼을 만들고 스타트업 투자·온라인 창업·AI 인재 양성 교육 지원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처럼 카카오도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생태계를 짤 수 있을 예정이다. 특히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의 기업형 솔루션을 통해 스타트업들과 온라인 창업은 물론 AI인재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4일 ‘카카오 i 리서치 프로그램’에 박사 학위 졸업생들을 위한 포닥(포스트닥터·박사후연구원) 지원 프로그램을 신규 오픈하고 지원자 모집을 시작했다. 모집분야는 머신러닝, 딥러닝, 음성인식, 음성합성, 오디오 시그널 프로세싱, 자연어처리, 정보검색, 기계번역, 컴퓨터 비전, 기계학습, 자동화 머신러닝(AutoML) 등 총 12개 분야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아 앞으로의 활용형태를 말하는 건 조심스럽다"면서도 "데이터센터가 만들어지면 정부의 데이터댐 사업에도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