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 불성실 신고, 선관위 여·야 이중잣대 논란

공직자 재산 불성실 신고, 선관위 여·야 이중잣대 논란

재산신고 허위·부실 혐의, 조수진만 의심? 여권 일부서도 공정성 우려

기사승인 2020-09-09 05:00:03
▲국회전경. 사진=쿠키뉴스DB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흠집이 생기고 있다. 야당 의원들에겐 날카로운 선관위의 칼날이 유독 여당 의원들에겐 겨눠지지 않거나 겨눠지더라도 무뎌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2일부터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사안 중 하나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재산변동사항에 대한 문제다. 문제를 지적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며 신고한 재산내역과 당선 후 내역 간에 현금성 자산 11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며 재산이 늘어난 이유를 소명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일에는 허영 민주당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재산신고 11억 누락은 의원직까지 상실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더구나) 가진 재산의 60%에 달하는 금액을 ‘짧은 시간 동안 준비하느라 벌어진 단순 실수로 누락했다’는 말을 어느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면서 선관위를 향해 고의성 여부와 위법정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결론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나아가 18대 국회 당시 정국교 의원의 재산신고 누락으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했던 사례를 예로 들며 조 의원을 향해 “허위신고 자체도 범죄이지만 허술한 신고 또한 정치인으로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한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국민의힘은 해당 사건에 대해 국민 앞에 신속하게 사과하고, 명확한 설명을 내놓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선관위는 2일 김 의원의 공론화 2시간 후 조 의원에게 재산 허위·부실 신고협의에 대한 확인절차를 개시한다고 알리며 소명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관련 사범의 공소시효가 오는 10월 15일까지인 점을 이유로 들며 조속한 혐의확인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21대 첫 정기국회 개회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여당 의원들의 재산 허위·부실 신고여부에 대한 혐의확인 혹은 소명절차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후 부동산 문제로 제명된 양정숙 의원(무소속)까지 포함하면 조 의원보다 재산이 크게 늘어난 민주당과 관계된 의원만 5명임에도 선관위는 ‘무반응’이다.

여당 의원 중 총선 전후로 신고금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의원은 이스타항공 대량실업사태의 중심에 있는 이상직 의원으로, 지난달 28일 국회 공보에 공개된 이 의원의 재산 총액은 212억6731만8000원이다. 총선 전 신고액과 비교해 늘어난 재산만 172억4174만3000원이나 된다. 이 가운데 자녀 둘의 비상장주식이 168억6086만8000원으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민주당에서 2번째로 재산이 크게 늘어난 인물은 문진석 의원이다. 문 의원의 경우 총선 당시 신고한 재산은 28억1681만9000원이었지만, 당선 직후 신고한 금액은 65억1733만1000원이다. 늘어난 재산은 37억51만2000원이다. 재산 가운데는 비상장주식이 43억1239만9000원으로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 문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6월 1일부터 공직자 재산신고 시 비상장주식에 대한 재산기입방식이 주식의 액면가에서 실거래가에 준하는 평가액을 반영하도록 변경됐다”며 “증가한 대부분의 재산이 이렇게 바뀐 산식에 따른 증가”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상직 의원을 비롯해 21대 국회의원 재산 1위인 전봉민 의원(국민의힘) 등에게도 통용되는 이야기기도 하다.

뒤를 이어 여권 의원 중 재산 증감 3위는 양정숙 의원이다. 양 의원은 당초 9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지만, 당선 후 공개된 내역에는 109억여원으로 드러나며 17억원 이상이 늘었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이광재 의원이 12억5400여만원, 홍성국 의원이 12억2000여만원이 총선 전 대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29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뒷모습)을 향해 항의하고 있는 조수진 의원(좌)과 전주혜 의원(가운데). 사진=연합뉴스

범위를 5억원 이상으로 넓히면 김홍걸 의원이 9억7000여만원, 임오경 의원이 7억9200여만원, 이은주 의원이 6억6000여만원,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이 6억2700여만원, 김희재 의원이 5억9000여만원, 양향자 의원이 5억8700여만원, 송재호 의원이 5억7500여만원, 홍기원 의원이 5억4100여만원, 허영 의원이 5억3400여만원이나 증가했다.

이들 중에는 홍성국 의원처럼 고지를 거부했던 부모의 재산을 함께 신고하며 늘어난 경우들도 있지만, 조 의원처럼 본인 혹은 배우자의 예금, 또는 가족 소유의 부동산을 누락한 경우도 있었다. 이광재 의원은 총선 후보등록 당시에는 제외했던 부모의 재산 9억원과 배우자 소유건물의 평가액 증가분 3억원 총 12억원을 이번 재산공개 과정에서 추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선관위는 “언론의 문제제기만으로 혐의확인을 할 수는 없다. 제보나 고발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필요한 경우에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혐의확인이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이후 여러 방향으로 탐문해도 답변은 대동소이했다. 다만,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조 의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선관위의 확인절차가 진행 중인 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야당에서는 ‘야권 탄압’, ‘공작정치’, ‘하명조사’, ‘짬짜미’ 등의 강도 높은 비난을 담은 말들이 나왔다. 한 야당 관계자는 “선관위가 민주당과 짜고 야권 의원을 대놓고 찍어내려는 것 아니냐”며 “조 의원이 최근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탈영의혹을 전면으로 끄집어내는가 하면 주요 현안들에서 저격수 역할을 잘하니 눈엣가시로 여겨진 것 아닌가 싶다”고까지 했다.

조 의원을 지목한 선관위와 민주당의 탄압이란 야당의 반응에 여당 의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조 의원의 재산누락신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김용민 의원과 허영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도 재산증가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나아가 김 의원은 “재산신고의 엄중함을 공직자들이 새길 기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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