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서 갚으면 된다”...불법사금융에 빠진 청춘들

“따서 갚으면 된다”...불법사금융에 빠진 청춘들

기사승인 2020-09-11 05:00:56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 계좌번호와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미성년자라도 쉽게 가입할 수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습니다. 점점 따다보니 버는돈도 많아졌고, 판돈도 커지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어요. 한 번 크게 잃고나니 눈에 보이는게 없어졌고, ‘따갚되(따서 갚으면 된다)’라는 생각에 불법사금융에 처음으로 연락을 넣었죠”

온라인상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청년들이 불법사금융에 흘러들어가 2차 피해까지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미성년자들에게 무담보로 쉽게 돈을 빌려주고 수백에서 수천%가 넘어가는 고금리를 수취하면서 청년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도박 중독 관련 상담 청소년 수는 2014년 89명에서 2019년 1459명으로 5년 사이 16배 이상으로 급증하는 추세인 것으로 집계되면서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단돈 5000원에서 시작해 100만원까지…가입도 너무 쉬운 ‘불법 스포츠 도박’
지금은 불법 스포츠 도박에서 완전히 손을 뗀 A씨(25)는 고등학교 3학년부터 온라인 도박에 처음 발을 들여놨다고 털어놨다. 고3이 되자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용돈을 줄이자 주변 친구로부터 온라인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A씨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가입하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SNS매체에 노출된 광고를 통해 사이트에 들어간 뒤 자신의 계좌번호와 실명, 핸드폰 번호만으로도 쉽게 가입할 수 있다.

이후 해당 업체로부터 연락이 오는데, 주민등록증의 주민번호 뒷자리를 가린 사진을 찍어 보내기만 하면 최종 승인이 된다. 이제부터는 미성년자였던 A군이라 하더라도 너무나도 쉽게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운영하고 있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화면. 합법 스포츠 토토보다 배율이 높은것이 특징이다. 사진=김동운 기자

A씨는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처음에는 돈이 없다보니 ‘국밥배팅(6000원에서 1만원 사이의 소액으로 배팅하는 것)’에 만족했지만, 한번의 배팅에 1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을 금방 넘기게 됐다. 

이처럼 꾸준히 배팅에서 이기며 돈을 모아왔던 A군이었지만, 단 한 번의 배팅 실패로 그간 모았던 돈을 모두 잃어버린 뒤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SNS를 통해 불법사금융에 손을 댄 것이다.


신상정보 캐내 협박까지…두려움에 극단적 선택 고민도
실제로 불법사금융 업체들은 불법 스포츠 도박 업체들의 이름이나, 합법 스포츠 토토의 해시태그들을 단 모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씨는 ‘따갚되(따서 갚으면 된다)’라고 가볍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큰 돈을 빌리지 않고 10만원에서 20만원 정도를 빌리면 혹시나 바로 잃는다 하더라도 부모님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고 빌리는돈도 점점 커졌다”고 말했다.

SNS상에서 청소년이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소액을 빌려주는 불법사금융 업체들은 카카오톡, 텔레그램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주민등록증 사진과 휴대전화 번호, 은행 계좌번호만 전달하면 1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의 소액 대출을 해주고 일정 비율의 ‘선이자(대출금액의 일부를 떼고 빌려주는 행위)’를 받는다.

▲SNS상에서 미성년자 및 청년들을 유혹하는 불법사금융 업체들. 일주일에서 10일 사이 돈을 빌려주고 연 수백%의 불법 고금리를 수취하는 행태를 보여준다. 사진=김동운 기자

또한 SNS에서 운영되는 불법사금융 업체들은 월 이자를 수취하지 않고 일주일이나 보름 사이에 이자와 함께 원금 상환을 요구한다. 만약 불법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불법업체들의 지독한 괴롭힘이 시작된다.

A씨는 핸드폰을 비롯해 온라인 SNS 등에서 불법사금융 업자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능이 끝난 직후에 70만원을 빌렸는데, 배팅한 돈을 모두 날려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업자에게 빛독촉이 왔는데, 한 달 안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갚겠다고 말했지만 듣지 않았고, 이때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DM(개인메세지)를 비롯해 내 타임라인에 글을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 제가 다니는 학교, 부모님에게 연락을 넣는다는 등 협박이 이어졌다”며 “이때 어찌할 바를 몰라 너무 괴로운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협박 기간 불법업체가 요구한 돈은 500만원까지 올라갔다. A씨의 불안증세 및 우울함이 심해지자 이를 본 A씨의 친구들은 결국 A씨의 부모님에게 해당 사실을 털어놓게 됐고, A씨의 부모님이 불법업체에 해당 빛을 모두 변제하고 나서야 독촉은 끝이 났다.

A씨는 청소년들에게 절대로 불법 스포츠 도박과 불법사금융을 이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쉽게 빌려주는 돈들은 무조건 대가가 따라온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라며 “제 경우 부모님 과 주변 친구들 덕분에 겨우 벗어날 수 있었지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는 상상하기도 싫다”라며 “불법 스포츠 도박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