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농민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추석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찾아온 냉해와 장마·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로 농작물 출하조차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농작물재해보험조차 실질적인 도움이 안되고 있다. 이에 농업계에서는 농작물재해보험이 현실에 맞게 재조정 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상북도 청송군에서 1만6000평 규모 사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심천택씨는 올해 초 찾아온 냉해와 연이은 집중호우·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는 자연재해로 입은 피해를 보상해주는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된 상황이다. 하지만 수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1만6000평 규모의 사과농장을 운영하면서 농약값으로 3400만원을 지출하고, 한 해에만 자부담으로 내야하는 보험료가 1200만원인데 자연재해로 지급받은 보험금은 5600만원에 불과하다”며 “자연재해로 입은 피해 보전은 커녕 당장 내일 먹고살 방법조차 없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심 씨는 농작물재해보험이 국내 농업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심 씨는 “자동차 사고같은 경우에야 운전자 본인 책임도 있는 부분도 있다보니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지만, 태풍이나 냉해와 같은 자연재해는 농민들의 원해서 찾아온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보험금 지급 후 보험료가 올라간다”며 “농작물재해보험을 자동차보험과 같이 단순 ‘손해보험’ 형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농민들에게 제대로 된 손해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자연재해로부터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농작물재해보험 제도지만, 농업인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이 농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사과, 배, 단감, 떫은감 등 과수 4종의 적과(가려내기) 전 피해 보상률을 80%에서 50%로 일방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농민들의 자부담 비율 20%을 더할 경우 실질적인 보상금액은 30%에 불과하다. 1억원 규모의 사과농사 전부를 망쳤다고 하더라도 자부담을 제외한 보상금액은 약 3000만원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또한 대파나 양배추, 블루베리와 같은 일부 품목들은 특정 지역에서만 가입할 수 있거나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어 해당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자연재해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보험 가입이 되는 품목조차 품종에 따라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험사업자가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협의할 경우 특정품종을 보험대상에서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찰옥수수’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이 가능한 반면 ‘초당옥수수’는 보험가입이 불가능하며, 일반콩은 보험 가입 품목이지만 완두콩이나 땅콩은 보험상품 가입이 안된다는 식이다.
이같은 문제들로 인해 농작물재해보험은 농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난 2011년 농작물재해보험 도입 후 9년간 정부 및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홍보활동을 지속해왔지만, 지난해 기준 가입률은 38.9%에 그치고 있다.
농업계에서는 농작물재해보험을 한국 농업계의 현실에 맞도록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서용석 부총장은 “농작물재해보험 가이드라인을 합리화하고 농민들의 가입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며 “현장에서 농업인들이 체감하는 피해와 와서 손해사정사가 보는 기준이 틀려 괴리가 발생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농업인들이 농작물재해보험을 외면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장 내역과 세부사항들을 새로 신설하거나 고칠 때 농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일반 손해보험과 다른 운용방식이 필요하다”며 “농작물재해보험 품목을 전 작물로 확대하고, 매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형태가 아닌 중장기적인 보험 기간 설정 등으로 농민들을 위한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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