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악플러 고소장 접수... 악플과의 전쟁 신호탄 되나

T1, 악플러 고소장 접수... 악플과의 전쟁 신호탄 되나

기사승인 2020-10-06 18:48:58
e스포츠 기업 SK텔레콤 T1이 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악성 게시글 및 댓글을 작성한 네티즌들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모욕 등 혐의로 고소했다. 법무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안율의 지준연 변호사와 조현철 T1 법무담당이 6일 오후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연패로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악플을 보면 더 위축되는 느낌이에요. 신경을 쓰지 말자고 마음을 먹어도, 계속 생각이 나고요."

'2020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스플릿' 경기 인터뷰 중 한 선수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 선수는 과거 악플로 인해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프로게임단 T1은 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악성 게시글과 댓글을 작성한 누리꾼에 대한 고소 ·고발장을 접수했다. 사유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모욕 등의 혐의다.

T1 관계자는 법적조치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e스포츠는 한류의 하나로 글로벌적인 인기를 누려왔는데 건전한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며 "선수를 아끼고 보호하며 건전한 문화 정착을 위하여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많은 팬들의 바람이 있었기에 이같은 응원을 외면할 수 없으며, 또 다른 피해자를 막는 차원에서라도 선처 계획은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고소 건의 법무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안율의 지준연 대표 변호사는 검찰청에 들어가기 전 "사전에 예고 드린대로 고소 접수를 위해 왔다"며 "추후 법정 절차에 따라 강경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진행된 법적조치는 사전에 예고된 것으로, 지난달 T1은 게임단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선수들과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에 선처는 없을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T1이 강경 대응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페이커' 이상혁의 개인방송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개인 방송에서 한 시청자는 이상혁 본인뿐아니라 그의 가족을 향한 악플을 달았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수위였다. 해당 내용을 본 이상혁의 표정도 급속도로 굳어졌다.

'페이커' 이상혁.


통상적으로 e스포츠 선수들은 트위치,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게임 스트리밍을 진행한다. 팬들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악성댓글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해당 방송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이들을 내치긴 하지만, 한계점이 분명하다.

e스포츠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성화되고 있는데, 여기서도 악플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선수가 부진하면 이를 조롱하는 게시글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며, 속된 말로 선수는 '대역죄인'이 된다. 

일부의 커뮤니티 유저들은 이같은 행위를 '일종의 문화'라고 항변한다. 이들은 "기존의 스포츠 선수들도 못 하면 비판받는데, 유독 e스포츠에서는 지적도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다"며 "프로선수에게 비판은 당연히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들이 비판의 수위를 넘어 선수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기 일쑤라는 것이다. 선수에 대한 욕설이 난무하기도 한다.

e스포츠 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한 한 관계자는 악플로 인한 피해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생각보다 자신에 대한 악플을 찾아보는 선수들이 많다"며 "굉장히 억울해하며 해명을 하고 싶어하지만, 여건상 쉽지 않아 더욱 악플을 찾아보는데 집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악플로 인해 선수들이 멘탈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겨 인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관계자는 "한 경기 중 중요한 시점에서 악플이 생각나 집중력을 잃은 선수의 사례도 있다"며 "문제는 이러한 부분을 밝힐 수도 없기에 선수 혼자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본인보다 지인과 가족을 욕하는 부분을 봤을 때"라며 "또한 주변 지인들이 자신을 향한 악플을 본 것을 알았을 때 너무 속상해하더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어 "악플로 하도 많이 고통을 받아 공황장애 증상도 오고, 인간관계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 선수도 봤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각 구단이 이같은 점을 인지하고 고소·고발을 하는 등 선수보호에 힘쓰고 있지만, 이 부분도 사실상 쉽지만은 않다. 관계자는 "구단에서 최대한 선수를 돕더라도 결국 본인의 의지가 강해야 한다"며 "문제는 법적조치를 하는 지난한 과정 자체가 너무나 많은 정신적 피로감을 만든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기자는 실제로 LCK 소속 선수와 인터뷰 중 악플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선수를 다수 만났다. 하지만 다수의 선수들은 이러한 반응이 2차 악플로 될 수 있다는 걱정에 자신의 말을 '오프 더 레코드'로 요청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T1의 이번 대응이 LCK 구단들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경고에만 그쳤던 소극적인 대처 방식과 달리, 구단들이 앞 다투어 강경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한화생명e스포츠는 공식 SNS를 통해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향한 지나친 비난에는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해원 프린스 역시 "선수들에 대한 도를 넘는 비방과 비난 등이 지속된다면 선수 보호를 위해 조치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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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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