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백신 상온 노출 문제를 계기로 일부 의료기관에서 무료 백신과 유료 백신을 혼용해 사용하는 등 문제점이 발견되고 폐기처분 대상으로 판정된 백신을 이미 접종한 사례도 있어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6일 합동 브리핑을 열고 문제가 된 백신을 대상으로 실시한 품질검사 결과와 신성약품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성약품은 올해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독감백신을 조달하기로 계약한 의약품 유통업체다.
식약처는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5개 지역(광주·전북 전주·충남 계룡·서울 양천·서울 구로)의 2개 품목, 750명 분량의 독감 백신을 수거해 국가출하승인에 필요한 전체 항목을 검사했다. 검사 항목은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는 항원단백질 함량시험, 안전성을 확인하는 발열반응시험 등 총 7∼9개였다. 그 결과 무균시험을 포함한 전 항목에서 '적합' 판정이 나왔다.
또 질병청이 콜드체인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운송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9개 지역에서 1350분량을 수거해 추가 검사한 결과 검사가 진행 중인 무균시험을 제외한 검사항목 모두가 적합했다.
다만 질병청과 식약처는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일부 백신은 수거하기로 했다.
운송 과정 중 호남 일부 지역에서 상·하차 작업 도중 야외 바닥에 내려놓은 17만도즈, 적정 온도를 벗어난 시간이 800분으로 길었던 2000도즈, 0도 이하의 온도에서 운송된 것으로 나타난 27만도즈, 개별 운송되며 온도 확인이 되지 않은 3만도즈 등 모두 48만도즈에 대해서는 품질 저하 우려로 폐기처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예방접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12일쯤 무료예방접종사업을 재개할 방침이나 백신 유통과 일부 의료기관 관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온 노출 문제를 계기로 일부 의료기관이 무료 백신과 유료 백신을 혼용해 사용하거나 예방접종 사업기간이 아닌 대상을 접종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질병청은 당초 상온노출 의심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 밝혔지만 조사를 통해 밝혀진 접종자만 이날 오후 4시 기준 3045명이다.
특히 실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된 백신도 7개 지역에서 554건이 접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3건은 이상반응 신고가 접수됐다. 질병청은 현재 이상반응을 보인 접종자들의 증상이 모두 없어졌다고 밝혔으나 국민의 불안은 여전하다.
12월 출산을 앞둔 임신부 김지영(32)씨는 "문제가 없다곤 하지만 이미 보건당국과 일부 의료기관의 백신 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불안함을 씻을 수 없다"면서 "독감 유료 접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 역시 '상온노출 백신 접종자가 없다더니 이제는 맞아도 괜찮다고?' '백신 48만명분이 폐기되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상온노출 백신 품질에 문제가 없으면 왜 백신 수송할 때 비싼 돈들여 냉장배송하나? 그냥 일반배송하지' '정말 믿어도 되나. 이제는 신뢰가 안간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은 "과학적인 검증 절차를 거쳐서 접종이 재개되는 만큼 불안감을 갖지 마시고 예방접종을 받아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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