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잊었나…삼성·LG, 안전성 無입증 '살균필터' 여전히 판매

가습기 살균제 잊었나…삼성·LG, 안전성 無입증 '살균필터' 여전히 판매

사참위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기업들 "살균제와 다른 원리로 작동"

기사승인 2020-10-07 06:52:05
▲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업의 피해지원 적정성 중간조사 결과보고 기자회견에서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장(오른쪽)이 살균부품이 장착된 가습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15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국민의 기억 속에 잊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에 해당하는 장착형 살균부품이 정부기관의 안전성 검증 없이 현장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지난 6일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에 장착된 살균부품이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돼 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참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코웨이, 쿠첸, 리홈, 오성사, 한일전기 등 가전기업들의 가습기 살균필터는 현재 여러 유통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살균필터가 달린 가습기는 삼성전자가 최소 76종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LG전자가 최소 56종을 2003년부터 판매했다. 

가습기에 장착하는 살균필터는 2011년 12월부터 보건복지부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정됐고, 이듬해 기업들의 의약외품 제외 요청에도 정부는 계속 의약외품으로 판단해 왔다.

사참위는 정부가 이처럼 가습기 살균필터를 가습기 살균제라고 인정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지금도 버젓이 팔리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삼성, LG전자 등 살균부품을 장착한 가습기는 생산이 중단됐지만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통해 교체 소모품인 살균부품을 따로 구매해 교체 할 수 있다. 

그러나 9년간 복지부에서 식약처, 환경부로 소관이 거듭 바뀌는 동안 살균부품에 대한 독성 검증 및 성분분석은 일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장은 "어느 정부부처도 이 제품(살균부품)이 안전한지, 아닌지 흡입독성을 실험한 바가 없다"면서 "무허가·무승인 상태로 유통이 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관심 없이 방치를 해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살균필터의 인체흡입 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는데, 살균제와 다른 원리로 작동하고 성분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황 지원소위원장은 "(살균부품의) '안전성은 입증된 바 없다'는 게 (정부 차원의) 공식적 입장"이라면서 "그럼 기업들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체검사를 하거나 기존 살균부품이 문제가 있다면 사용을 못 하게 하든, 제품을 교체해주든 조치를 취하는 게 온당한 자세"라고 비판했다. 사참위는 현재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살균부품을 제거한 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사참위는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필터로 인한 피해 사례가 보고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황 지원소위원장은 "우리가 걱정하는 건, 희석해 쓰는 것만 가습기 살균제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있더라도 피해자들이 모를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살균 부품도 피해 발생 소지를 완전히 부정할 순 없다"고 했다. 

사참위는 가습기 살균제에 해당하는 살균부품이 지금까지 방치된 과정을 조사하고 필요하면 법적 조치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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