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 영향을 검토하라고 지난달 금융당국에 직접 지시를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권에서는 국회 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 움직임이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로 인해 혜택을 보는 서민계층보다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하는 금융소외자들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문 대통령은 금융위에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시장 영향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지시가 있었던 것은 맞다”며 “2018년 2월에 시행한 최고금리 인하의 영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금리 추가 인하와는 관련이 없다고 부정했지만, 금융권에서는 본격적인 법정 최고금리 인하 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아니라고 하지만, 문 대통령이 가계신용대출을 줄이라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지시한 이후 은 위원장은 시중은행들을 불러 가계신용대출 관리를 당부했고, 실제로 은행들의 가계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지 않았느냐”며 “국회에서 20%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본격적인 금리 인하 논의가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시 연 27.9%였던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내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한 차례의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서 현재는 24%가 적용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저신용 서민들이 대출 시 적용되는 금리 부담이 낮아지면서 가계부채 경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대부업체 등 저신용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올라가면서 취약계층들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소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 및 서민금융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경우 가계부채 경감이라는 긍정적 효과보다 저신용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게 되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19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대부업 대출 규모는 15조9000억원으로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낮아진 2018년말 대비 1조4000억원 가량 감소했으며, 대출 차주도 43만6000여명 가량 감소했다.
반면 불법사금융 신고 건수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고금리·불법사금융 신고 현황’에 따르면 최고금리 위반에 대한 상담·신고 건수는 2018년 대비 9.8% 증가한 569건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서민금융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보다는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서민금융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법정최고 금리를 낮췄을 때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며 “가계부채 경감이라는 장점보다 6~7등급 서민들이 저축은행·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받고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것이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지금 논의되야 할 문제는 불법사금융에 몰린 서민들을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라며 “공약을 지키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현재 금융시장 상황에 맞도록 금융전문가들이나 연구용역을 통해 제대로 된 서민금융 정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 이태규 연구위원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여기에 더해 제대로 된 밑바탕 없이 정치적 시점으로 금융에 개입하는 ‘관치금융’은 금융시장의 위축을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기존 제도권 금융의 보루인 대부업이나 저축은행들이 저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한 신규대출을 크게 줄일 위험성이 있다”며 “지금은 공급에 힘쓸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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