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지난 13일(현지시각)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12에는 아이폰 역사상 최초로 5G가 탑재됐다. 애플이 상징성 면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임을 감안할 때 이제 전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5G시대가 열리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아이폰은 5G 중에서도 더 빠른 고속 통신을 제공해 '진짜 5G'로 불리는 '밀리미터파' 서비스를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협력해 처음으로 밀리미터파 서비스인 '버라이즌 5G 울트라 와이드밴드'를 제공하기로 했다. 버라이즌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4.0Gbps, 최대 업로드 속도가 200Mbps에 달한다.
다만 이 밀리미터파 서비스는 미국에서도 뉴욕 등 도시 일부에 해당하며, 모든 곳에서 가능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밀리미터파 주파수를 제공하려면 기지국이 촘촘히 깔려 있어야 하므로 도심이 아닌 지역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아직 24GHz 이상의 고대역 주파수인 밀리미터파는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폰12에 설사 '밀리미터파 5G'가 지원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을 예정이다. 즉, 그리 빠르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이폰12가 밀리미터파 웨이브를 지원한다고 해도, 국내에서는 밀리미터파 웨이브의 구축이 아직 안 돼 있기 때문에 통신품질에서 크게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출시 제품에는 밀리미터파 웨이브가 구현이 되지만, 모든 지역에서 구현되는 건 아닐 것"이라며 "삼성에서도 해외향 제품에는 밀리미터파 5G 지원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국내 통신사들이 4G 대역이었던 6GHz 이하의 저대역 주파수(3.5GHz) 위주로 5G 서비스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서브식스(Sub-6)라고 불리는 이 대역폭은 국내 이동통신 망에서 사용해왔던 대역으로, 커버리지가 넓고 구축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속도 측면에서는 그리 빠르지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밀리미터파 5G란 24GHz 이상의 고대역 주파수를 의미한다. 진폭이 밀리미터 단위로 작다는 의미에서 밀리미터파로 불린다. 국내 상용화된 3.5GHz 5G망이 100MHz의 대역폭을 가진 데 비해, 24GHz 대역은 800MHz의 대역폭을 갖고 있어 무려 8배나 빠르다. 데이터 처리량과 속도에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연내 28GHz 대역을 B2B에 한해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류정환 SK텔레콤 그룹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8㎓ 및 SA는 전파 특성, 기술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속도, 안정성 및 체감 품질 면에서 B2B 특화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류 그룹장은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28㎓대 B2B 서비스를) 일단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통신3사가 삼성전자에 28GHz 대역 5G 기지국을 발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연내 28GHz 대역 기업용 서비스 실증사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 같이 소비자향이 아니라 기업형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이유는 28GHz의 특성상 기지국을 더 촘촘히 심어야 하고, 여기에 회절성이 약한 특성상 사물이 있으면 쉽게 꺾어지기 때문에 넓은 지역에 활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버라이즌이나 일본의 KDDI가 일부 지역에서 28G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5G 서비스를 시작하긴 했지만 국가 수도나 일부 대도시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애플이 내놓은 밀리미터파 5G 지원 기능은 국내외에서 사실상 거의 체감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진짜 5G'를 표방했지만 여전히 LTE보다 20배 빠른 5G 통신은 요원하다"면서 "아이폰12로도 기존 LTE보다 더 빠른 성능은 그리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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