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인공지능 결합 통한 ‘시너지’ 시도…부작용 우려도

시중은행 인공지능 결합 통한 ‘시너지’ 시도…부작용 우려도

기사승인 2020-10-20 06:10:02

▲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IT(정보기술)과 금융의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국내외 은행들도 AI(인공지능)과 클라우드를 적용한 다양한 디지털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로 친숙해진 AI는 조금씩 금융의 영역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아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와 급속화되고 있는 비대면 생활 패턴이 고착화되면서 AI기술이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AI 기술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 국내 은행들의 미흡한 디지털 투자는 여전히 한계로 지적받는다. 또한 역설적으로 AI 기술이 진보할수록 인력이 감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AI 통한 자산관리·대출·사내 인사 개편까지

IT(정보기술)의 발달로 AI를 통한 금융서비스가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우선 고객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AI 서비스는 로보어드바이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AI를 통한 자산운용 서비스로 기존의 PB(프라이빗뱅크)를 대체할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미리 프로그램된 알고리즘을을 통해서 프로그램이 투자결정 및 자산배분을 하는 것으로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특히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 된 알고리즘 운용으로 인건비를 축소할 수 있고, 데이터 기반의 자산관리이기 때문에 PB센터를 방문해 컨설팅을 받는것보다 수수료도 저렴하다.

또한 최근에는 AI를 통한 대출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동산 담보대출 가능 금액을 심사하는 ‘AI 부동산 자동심사 시스템’을 지난달부터 도입했다.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기존의 부동산 담보대출 상담에는 확인이 필요한 서류와 규정이 많아 시간이 길게 소요되고 금융소비자들의 번거러움이 많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AI를 통한 부동산 담보대출 심사가 적용되면 고객 편의성과 효율적인 시간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핀테크 시스템도 도입됐다. NH농협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점검 고도화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이는 최근 금융권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DLF(금리연계펀드)와 라임 사태 등과 같은 유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은행 내부 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AI 인사 개편 제도도 도입됐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AI 알고리즘 기반 인사 시스템'을 활용해 1100명의 하반기 영업점 직원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AI 알고리즘 기반 인사 시스템은 직원의 업무경력과 근무시간, 출퇴근거리, 자격증 등을 고려해 최적의 근무지를 선정하고 인사 기준을 자동을 검증해준다. 시중은행 중 AI 기술을 인사 전면에 내세운 것은 KB국민은행이 최초다. 신한은행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정기인사부터 AI 알고리즘을 인사시스템에 적용할 예정이다. 그동안 학연, 지연, 내부 알력으로 인사 논란이 컸던 은행권에도 활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여전히 걸음마 단계…진화해도 ‘인력 감축’ 우려 ‘딜레마’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은행권이 IT비중을 늘려나가고 있지만 IT전문인력이나 예산확보에도 아직 소극적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는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17개 주요 은행의 IT 담당인력은 471명으로 전체 은행근무자의 8.5%, 은행당 평균 28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17개 주요 은행들의 IT관련 예산도 2092억원으로 전체 예산액의 15.4%, 은행당 평균 123억원에 불과하다.

기술 적용에 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도 어려움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17년 4월 영국 배스대학 조애너 브라이슨(Joanna Bryson) 교수팀이 워드 임베딩(word embedding)으로 기계에 사람의 언어를 가르칠 경우 편견도 함께 학습된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이에 한국재난안전연구원은 “은행이 신규 업체에게 대출여부를 결정할 대출신청 선별 알고리즘을 구축한다고 가정해보면, 과거의 대출 신청 승인 건수를 살펴보면 5%만이 여성 사업자에게 승인 신청했을 경우 알고리즘도 여성사업자에게 대출신청 승인은 안된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AI를 통한 금융 기술의 진보는 인력 감축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최근 이자마진 하락과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력 감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3대 은행이 업무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직원들을 감축하고 있다. 지점은 절반 가까이 폐쇄되면서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핀테크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역설적으로 인력 축소와 지점 감축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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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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