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당근마켓에 '아이 입양합니다. 입양가격으로 20만원'이라는 글과 함께 이불에 싸인 아기 사진 2장을 올린 20대 미혼모의 아기가 제주의 한 아동보육시설에 입소했다.
2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 13일 제주시내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이 아이는 태어난지 7일째인 19일 제주도의 한 아동보육시설로 보내졌다. A씨가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사정을 알고 제주도 등 관계 기관이 나서 보육시설을 알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 후 계속 공공산후조리원에서 머물러왔던 A씨는 이날 아이를 보육시설로 보내고 제주도 내 미혼모를 돕는 지원센터에 들어갔다.
산모는 실제 출산일까지 임신 사실을 몰랐다가 출산 이틀 전부터 산통을 느꼈고 지인의 권유로 산부인과에 방문해 출산 당일에서야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출산 후 지난 16일 당근마켓 제주 서귀포시 지역 카테고리에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었어요' 제목의 글이 올렸다. 이 글에는 신생아 사진 2장과 함께 거래 금액으로 20만원이 책정돼 있어 공분을 샀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아기 아빠가 현재 없는 상태로 출산 후 미혼모센터에서 아기를 입양 보내는 절차 상담을 받게 돼 화가 나 글을 올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그는 "글을 올린 직후 곧바로 잘못된 행동임을 깨닫고 바로 삭제, 계정도 탈퇴했다"고 밝혔다.
당근마켓 측은 오후 6시 40분쯤 다른 이용자의 신고를 접수하자마자 글을 올린 산모에게 게시글을 삭제해 달라고 메시지를 발송하고, 해당 글을 강제 비공개 처리했다.
이같은 사건이 알려지자 원희룡 제주지사 1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온라인 마켓에 아이 입양 글을 올린 미혼모 기사를 보고 너무 놀랐다. 한편으로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미혼모 보호와 지원 실태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당근마켓 측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근마켓은 판매 게시글이 올라올 때마다 인공지능(AI)필터링과 인력 모니터링으로 걸러내고 있지만 아이를 판매하겠다는 게시글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AI가 학습한 정보가 없는 탓에 아이 입양 게시글을 거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술이 유례없는 모든 긴급 상황을 대비할 수 없다 하더라도, 항시 기술적·정책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이용자에게 안전한 이용 환경을 제공하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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