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에 갑질·생활고까지…벼랑 끝 몰린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갑질·생활고까지…벼랑 끝 몰린 택배 노동자

로젠택배 노동자 숨진채 발견…올 들어 11번째 사망사고

기사승인 2020-10-21 06:23:21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택배 물량이 폭증하면서 최근 택배 노동자의 과로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업무가 늘어나 쉬지 않고 일하는데도 일부 택배기사들은 생활이 여전히 팍팍하다고 호소한다. 심지어 대리점의 갑질과 생활고에 택배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까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만 11번째 발생한 택배 노동자 사망사고다.

20일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40대 택배기사 A씨는 이날 새벽 3시경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서지점 관리자는 이날 아침 고인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를 작성해 함께 일하던 노조 조합원에게 보냈다.

그는 유서에 "억울하다. 우리 택배기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입에, 전용번호판까지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A씨는 "저 같은 경우 적은 수수료에 세금 등을 빼면 한 달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이다. 이런 구역은 소장(기사)을 모집하면 안되는데도 대리점은 직원을 줄이기 위해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팔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로 150만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았다. 오히려 20여명의 소장들을 30분 일찍 나오게 했다"며 대리점의 갑질을 폭로했다.

또한 A씨가 다른 일을 구하기 위해 퇴사를 희망했지만 대리점은 도리어 A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사망 직전까지 본인의 차량에 '구인광고'를 붙이고 운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입사하는 과정에서 권리금 300만원과 보증금 500만원을 냈고, 차량 할부금 등 빚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택배회사 지점 측은 "A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갑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A씨의 사망으로 올해 유명을 달리한 택배 기사는 11명으로 늘었다. 특히 이달 들어서면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사고는 3건이나 발생했다. 

앞서 지난 12일 자택에서 발견된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소속 택배 노동자 B씨의 문자메시지에는 "(택배 물량이 많아) 너무 힘들다.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또 물건 정리해야 한다. 어제도 2시에 집에 도착했다. 너무 힘들다"라며 살인적인  업무강도를 의심케 하는 내용도 있었다.

정치권에서도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문제를 사례로 들며 "코로나는 특별고용노동자 등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더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치 않도록 특별히 대책을 서둘러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 이날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인이 된)로젠택배 노동자 사건으로 권리금 관행을 알게 됐는데 과도한 권리금을 내고 일을 시작했고 차량 할부금 등으로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며 "고용부 차원에서 국토부와 함께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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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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