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지난 25일 별세한 이후 ‘보험업법 개정안’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바꿔야만 하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은 지난 6월에 보험업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험사의 타 회사 주식 보유 비중에 대한 평가기준을 취득 당시 ‘원가’에서 공정가액(시장가액)으로 변경하는 것이 핵심으로, 현재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자산의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나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총 자산의 3% 이하 금액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 상황이다.
해당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 법안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영향을 받는 보험사는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만약 삼성생명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8.51%(5억816만주) 중 3%를 넘는 초과분을 매각해야 한다. 여기에 삼성화재(1.5%)가 가지고 있는 비율까지 포함한다면 매각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생명법이 삼성 그룹 지배구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영권 승계에서는 삼성생명 지분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순으로 연결고리가 형성돼 있다, 이 중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2%를 보유하고 있어 국민연금을 제외한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의 주식 4151만9180주(20.76%)를 가지고 있어 삼성전자에게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이재용 부회장은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의 주식을 상속받아야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의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 하지만 삼성생명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될 경우 삼성생명은 총자산 중 3%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고 보유지분을 매각해야만 한다. 이 경우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삼성생명법은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삼성생명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여당의 형국을 가지고 있다 보니 연내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국회 뿐 아니라 금융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 또한 삼성생명법에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29일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자산을 한 회사에 몰아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가로 계산해 그때그때 위험성을 파악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며 의원님들의 전체적 방향성에 대해서도 공감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편 삼성생명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생명 유호석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지분 처분에 관한 질문이 들어오자 “어떠한 사항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국회 논의를 지켜보는 중이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내용에 대한 예단은 금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떠한 경우에도 주주가치 제고라는 원칙하에 결정할 것이라는 점은 변함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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