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7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나섰다. 경쟁자인 케이뱅크는 지난 7월 유상증자를 마친 뒤 내년 추가적인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어 본격적인 인터넷은행 간 영업 경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급격한 대출증가는 자산건전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7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7500억원의 보통주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발행 규모는 3191만6595주이며,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 ‘티피지(TPG) 캐피탈’이 2500억원을 투자해 신규 주주로 합류하고, 나머지 5000억원은 구 주주들에게 배정될 예정이다.
유상증자 주금 납입일은 다음달 12일로, 증자가 예정대로 마무리될 경우 카카오뱅크의 납입자본은 1조8255억원에서 2조5755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자본금 부족으로 인해 대출영업을 멈추는 등 어려움을 겪다 지난 7월 약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마치면서 적극적인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케이뱅크의 자본금 수준은 9017억원에 머물고 있어 카카오뱅크와의 경쟁을 위해선 추가적인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문환 케이뱅크 은행장은 추가적인 유상증자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 행장은 지난 8월 케이뱅크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 자본 확충 규모에 비춰보면 케이뱅크 자본금도 최소 1조4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에 이르러야 할 것으로 보여 유상증자를 한 두 차례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추가적인 유상증자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케이뱅크 성장을 위해 유상증자가 필요한 차원에서 사전작업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두 인터넷은행이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배경에는 총자본 증가보다 대출 증가추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BIS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적용받는데, BIS총자본비율이란 해당 기업의 총 자산 중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로 활용되는 자기자본비율은 대출이 증가할수록 하락하게 되고,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기 때문에 정해진 총자본 이상의 대출을 늘리려면 유상증자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인터넷은행의 성장 속도 만큼 자산건전성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인터넷은행의 20대 신용대출 연체율은 3.47%로 집계됐다. 이는 시중은행 전체 신용대출 평균 연체율(0.47%)의 7배가 넘는 수치다. 개별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을 따져봐도 오름새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2.36%로 전년동기 대비 1.37%p 상승했고, 카카오뱅크는 0.05%p 증가한 0.22%를 기록했다.
또한 인터넷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올 2·4분기 0.43%로 전 분기(0.36%)보다 0.07%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총여신 대비 연체기간이 3개월을 넘긴 부실여신의 비중을 나타내는 은행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해당 비율은 지난 2018년 0.05%에서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 이번 0.07%p 상승은 2018년 3·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대출규모나 자산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인터넷은행의 자산 규모는 큰 편이 아니다보니 대출이 조금만 증가해도 연체율이나 자산건전성이 크게 변동하는 편”이라며 “대손충당금 확보 차원에서도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상증자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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