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환불원정대②] 지미유는 몇 점짜리 제작자일까

[굿바이 환불원정대②] 지미유는 몇 점짜리 제작자일까

기사승인 2020-11-07 08:30:18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지미유, 그는 누구인가. 신박기획 대표이자 4인조 여성 그룹 환불원정대의 제작자. 다리는 얇아도 인생 모토는 굵직한 사나이. 영자 신문을 비롯해 5개 언론사를 구독하며 세상을 읽는 한편, 위협이 되는 상대에겐 당랑권으로 맞서는 등 문무를 겸비한 인재. 자칭 미국 일리노이주 ‘하바드’ 출신으로, 비틀즈·올리비아 핫세 등과도 두터운 친분이 있는 글로벌 마당발. 단, 출신 학교가 ‘하바드 대학교’인지 ‘하바드 주산학원’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가요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제작자 지미유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가 처음 제작한 그룹 환불원정대는 데뷔곡 ‘돈 터치 미’(Don't Touch Me)로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고, 무대 영상 조회수는 약 2주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했다. 지난달 예약 판매를 시작한 LP음반은 물론, 그룹 화보와 인터뷰를 실은 패션잡지와 한 의류브랜드가 최근 내놓은 컬래버레이션 잠옷도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처음엔 지미유를 미심쩍어하던 멤버 만옥은 이후 “내 (솔로)음반도 지미유에게 부탁하고 싶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지미유에 대한 가요 관계자들의 평가는 어떨까. A씨는 “전반적으로 (제작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지미유의 섭외 능력과 그로 인한 비용 절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앞서 지미유는 라도(작곡가), 아이키(안무가), 홍원기(뮤직비디오 감독) 등 지인들을 섭외해 인건비를 낮추고, 뮤빅지디오와 화보 촬영을 동시에 진행해 잡지사에게 의상을 제공받는 등 ‘저비용 고효율’ 전략을 펼쳤다. A씨는 “그룹을 제작하려면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지미유는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제작비를 절감한 점이 대단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 역시 “섭외력이 대박이었다”며 “라도 같은 유명 프로듀서를 섭외해서 최고의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닦아세우는 능력이 좋았다”고 감탄했다.

노래를 고르는 안목도 탁월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음원 차트 상위 100위 안에 든 노래만 듣는다는 일명 ‘톱100 귀’가 진가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C씨는 “결국 가수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래”라면서 “선곡이 좋았다”고 말했다. A씨도 “작업 과정을 보면, 작곡가에게 아이디어를 잘 제공해준다. ‘탑100 귀’가 통했다”고 봤다. 계약 조건에 ‘노 터치’(No Touch) 조항을 넣었을 만큼 음악엔 간섭하지 말라던 환불원정대 멤버들도 ‘돈 터치 미’를 들은 뒤엔 “소름이 세 번 돋았다”(만옥) “대중적인 요소가 모두 어우러졌다”(실비)며 만족스러워했다. B씨는 “아티스트의 의견을 무조건 수용하거나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해선 안 되는데, 지미유가 양쪽 의견을 팽팽하게 조절하면서 최선의 결과물을 추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D씨는 “지미유가 환불원정대 네 멤버의 캐릭터를 정확히 분석했다”고 봤다. 지미유가 만옥·천옥·은비·실비의 특성을 파악해 콘셉트에 녹인 것이 ‘돈 터치 미’ 흥행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D씨는 “가수의 캐릭터가 없는 상태에서는 음악을 내도 공감을 사기 어렵다”며 “지미유는 각자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대중이 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줬다. 그런 상태에서 좋은 음악이 나오니까 리스너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엔 지미유의 ‘부캐’인 유재석이 가수 활동을 하며 체득한 노하우가 밑바탕 됐을 것이라고 D씨는 말했다. 그는 “유재석은 웬만한 가수만큼 음악방송 1위를 많이 해본 인물”이라면서 “직접 야전에서 뛰면서 필드 매뉴얼을 익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속 가수는 물론, 매니저 정봉원·김지섭 등 직원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A씨는 “녹음을 걱정하던 엄정화를 위해 사비를 들여 보컬 레슨 수업을 받게 해주는 등 멤버들과 유대 관계가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B씨는 “매니저를 뽑을 때도 단순히 일만 잘하는 사람을 찾은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정서적인 교류까지 섬세하게 고려하는 것 같았다. 다각적인 시각을 가진 제작자”라고 평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MBC 제공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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