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원격수업과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가정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엄마들의 스트레스가 위험 수준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녀 돌봄과 가사 부담은 더욱 커졌지만 코로나 격리로 외출을 삼가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도 마땅치 않고, 코로나 종식은 멀게만 느껴져서다. 특히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상향되면서 아이들의 등교일수가 줄자 주부들의 한숨도 깊어지는 모양이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7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5.2%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호소했다. 3명 중 1명은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 갖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성별로 보았을 때는 여성(41.6%)이 남성(28.8%)보다 높았다.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면서 육아 부담이 크게 늘었고,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일과 육아의 경계가 흐려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에 '코로나19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성에서 코로나19 스트레스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53.3%, 여성은 60.8%가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5점 척도로 직업별 코로나19 스트레스 경험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전업주부가 3.71점으로 가장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고 학생 3.66점, 자영업자 3.63점 등이었다. 전체 평균은 3.53점이다. 우울증 점수는 평균 6.75점이고 남성이 6.18점, 여성이 7.3점이었다.
실제 정신의료현장에서도 중년 여성들의 상담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기존에 청소년들은 대인관계나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대면상황이 줄면서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도 꽤 줄어들었다"며 "오히려 자녀를 양육하는 중년 여성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코로나 격리가 길어지면서 엄마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자녀 돌봄과 가사부담이 극심한 요즘같은 때일수록 과도한 불안은 버리고 자신을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모의 불안, 우울 등 정신적 문제는 가족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가족과 자신 모두 놓치게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에서는 양육자가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자녀 돌봄이나 가사활동을 교대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정기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갖고 즐거운 활동을 할 것도 권했다. 양육자의 기분이 아이들의 정서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양육자의 건강한 생활은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 모두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에 엄마들이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대응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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