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들, 폰트업체 무차별 경고장에 골머리

동네병원들, 폰트업체 무차별 경고장에 골머리

기사승인 2020-12-11 10:31:27
▲개원가. 자료사진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의원을 개원 중인 A원장은 최근 모 법무법인으로부터 등기우편을 받았다. 해당 법무법인은 모 폰트업체의 법무대리인이라고 밝히면서, A원장이 개원중인 의원의 홈페이지에 폰트업체에서 만든 폰트가 사용되었으므로 저작권자인 '폰트업체에 경제적 손해를 준 사실이 명백'하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B원장도 비슷한 이유로 경고장을 받았다. 해당 경고장에는 폰트 사용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면서 '라이선스를 등록하라'고 밝혀왔다.


동네병원들이 폰트업체의 무차별 고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폰트업체들이 의료기관 홈페이지, 간판 등에 사용된 글자 폰트의 저작권 문제를 잇따라 제기해서다. 

대한의원협회는 10일 "최근 우리 협회 회원들 다수가 폰트업체로부터 경고장을 받고 있다. 회원 민원을 접한 후에 조사해본 결과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는 이미 같은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폰트업체들이 교육기관들을 훑고 지나간 후에 이제는 의료기관들을 타겟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협회 측은 간판이나 홈페이지 제작을 외주 업체에 맡긴 경우, 의료기관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글자체(폰트) 자체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글자체를 화면에 출력하거나 인쇄출력하기 위해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폰트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보호한다.

즉 폰트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해서 이용한 경우가 아니라면 저작권 위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폰트업체의 독특한 글꼴을 손으로 똑같이 그렸다면 그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 A원장과 B원장의 사례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송한승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도 유치원, 어린이집에 못지않게 영세한 것이 현실이므로, 법무법인으로부터 경고장 등을 내용증명으로 받고 민사소송, 형사고소 등이 언급될 경우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마도 다수의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경고장 등의 내용이 합당한지 여부를 따지거나 다투기보다는 일정 금액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회원인 A원장과 B원장의 사례와 같이 법무법인의 요구가 명백히 부당한 경우에도, 법적인 다툼을 위한 변호사 선임 비용이 합의금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합의를 거부하고 법무법인과 정면대결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처럼 개별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의원협회가 대표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의원협은 현재 폰트업체로부터 경고장 등을 받은 회원들을 파악하는 중이며, 경고장을 받은 회원들을 모아서 공동으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공동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저작권 침해가 없음을 명명백백히 밝힐 것이며, 이를 통해 유사한 피해를 받는 의료기관이 없도록 널리 알릴 것이라는 계획이다"며 "나아가 저작권 침해가 아님이 명백한 경우인데도 부당하게 라이선스 구매를 강요한 경우에는 공갈협박, 업무방해 등의 형사고소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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