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성범죄자 신상정보 고지 대상에 여성 1인 가구도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아동성범죄자 조두순(68)이 지난 12일 오전 출소하면서 신상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됐다. 또 조두순이 거주하는 같은 동네의 19세 미만 아동, 청소년 보호 세대주에게는 신상정보가 우편과 모바일으로 전송됐다.
이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에 따른 것이다. 해당 법률은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거주지(읍면동) 내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 있는 가정과 학교·유치원·어린이집 등에 우편으로 전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디. 신상정보엔 성범죄자의 얼굴과 이름, 신체 사이즈, 전자발찌 착용 유무, 거주지 주소가 담긴다.
고지 방식은 지난달부터 모바일로 받을 수 있게 바뀌었다. 그동안 우편만 가능했는데 배달시 3일 정도 시간이 걸리고 우편 분실 등으로 정보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스마트폰(카카오톡)으로 신상정보를 발송하고, 본인인증을 거쳐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연말까지는 우편 서비스와 모바일 고지를 병행하고, 내년부터는 모바일 고지서를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만 우편 고지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그러나 고지 대상을 19세 미만 보호 가구 세대주에게만 한정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 노출 위험성이 높은 여성 1인 가구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여성 1인 가구는 291만 4000가구로 전체 일반가구(1997만 1000가구)의 14.6%를 차지한다.
지난해 서울 신림동에서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주거 침입 범죄, 일명 ‘신림동 원룸 사건’은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켰다. 지난해 5월 한 30대 남성은 신림동에서 귀가하던 한 여성의 뒤를 쫓아 원룸 건물 현관까지 따라 들어갔다. 이후 해당 남성이 문밖에서 벨을 누르고, 도어록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누르는 등 현관문을 열기 위해 시도하다 검거된 사건이다.
이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스토킹 피해현황과 안전대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여성이 성폭력을 당할 위험은 가족이나 친구 등 동거인이 있는 경우에 비해 4.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자 정보 고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기 안산시는 지난해 홀로 사는 여성의 집이 범죄의 사각지대라고 보고, 우편 고지 대상에 포함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성범죄자 정보 고지 대상에 ‘여성 1인 단독가구’를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여성 1인 가구가 날로 늘고 있고 신림동 사건 등 이들을 상대로 하는 성범죄 피해 또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오히려 불안만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성이 성범죄자가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범죄를 막기 위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신상공개 제도가 가해자들에게 ‘망신 주기’외에 어떤 정책적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잠재적 피해자에게 알려주는 것은 불안감을 조성할 뿐 아니라 ‘피해자가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범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들에 대한 보호관찰 강화 등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여가부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일단은 성범죄자 신상정보 고지 자체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기반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아동,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며 “그런데 여기에 여성 1인 가구를 포함시키는 것은 취지는 좋지만 사회적 논의, 법무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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