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생머리·하얀 얼굴 내 페티쉬” 칼럼 쓴 현직판사…여변 “부적절”

“긴 생머리·하얀 얼굴 내 페티쉬” 칼럼 쓴 현직판사…여변 “부적절”

기사승인 2020-12-15 18:34:27
▲사진=칼럼이 실린 매체 홈페이지 캡처.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수도권 법원의 한 현직 판사가 미성년자 피고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듯한 칼럼을 게재한 것을 두고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가 15일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여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판사 본인의 뜻은 위기 청소년들을 성적 대상화할 의도가 이었다고 하더라도, ‘페티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재판 받는 청소년들의 외모를 구체적으로 기술한 것은 위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재판하는 판사로서 부적절한 언행과 마음가짐”이라고 비판했다.

여변은 이어 “판사가 법대에서 재판받는 청소년의 용모와 스타일을 보고 때때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는 것 그 자체도 문제”라며 “판사가 판사석에서 성적 대상화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15일 수원지방법원의 김모 판사는 전날 한 매체에 ‘페티쉬’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렸다.

김 판사는 기고문을 통해 “나의 여자 보는 눈은 고전적입니다. 칠흑 같은 긴 생리, 폐병이라도 걸린 듯 하얀 얼굴과 붉고 작은 입술,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린 몸”이라며 법정에서 만난 미성년자의 외모를 품평했다.

김 판사는 “소년재판을 하다 보면 법정 안은 물론 밖에서도 어린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족히 25살 이상 차이 나는 그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할 말이 없다”며 “스타일은 한눈에 들어온다. 생김생김은 다들 이쁘고 좋은데, 스타일이 거슬린다. 짙은 화장과 염색한 머리는 그 나이의 생동감을 지워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말한다. ‘염색도 파마도 하지 않은 긴 생머리가 이쁘다. 머리는 시원하게 넘기든지, 짧게 자르는 게 단정해 보인다. 바지, 치마 줄여 입지 마라.’ 그렇게만 하면 정말 예뻐 보일 것 같은 안타까움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저 친구들도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을 터…아무리 판사라고 해도 뭐라고 할 수 없다”며 “단정 운운하던 그 옛날 학주(학생주임)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되었다.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은 내 페티쉬일 뿐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은 옳고 그른 것을 가릴 뿐 좋은 것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다. 강요된 좋음은 강요하는 자의 숨겨진 페티쉬일뿐”이라고 결론내렸다.

한편 해당 칼럼이 논란이 되자 김 판사가 속한 수원지방법원 관계자는 “내 기준을 다른사람에게 강요해선 안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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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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