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년 맞은 코로나 영웅들…"피로도 한계, 그럼에도"

어느새 1년 맞은 코로나 영웅들…"피로도 한계, 그럼에도"

코로나와 추위에 얇은 방호복으로 싸우는 사람들

기사승인 2020-12-30 08:54:49
▲지난 22일 서울 중구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올 한 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여전히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유입 등으로 당분간 더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혼란에 빠지지 않는 것은 방역 수칙을 지키는 시민들의 노력과 코로나 최전선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숨은 영웅'들 덕분일 것이다. 

◇선별진료소에서 보낸 1년…코로나 최전선 지키는 의료진

코로나19에 맞서 1년 가까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장기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의 피로도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A씨는 "N95는 숨쉬기 힘들고 페이스 마스크는 김 서림이 심해 불편하다"면서 "코로나19 검사를 시작하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어 너무 힘든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혼인 A씨는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지난 1월20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A씨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피로도가 심하다"면서 "의료진 중 일부는 검사 중 쓰러질 정도로 부침이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검사자는 대폭 늘었지만 의료인력과 행정지원인력 등 필수 인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방역 최전선에 투입된 인력들은 1년 가까이 지나면서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쳐가고 있다. 
 
보건소 근무자라고 밝힌 B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해 2월 선별진료소에 투입돼 어느덧 1년 가까이가 됐다"면서 "참 많이 울기도 하고 지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일손이 부족해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면 검체 검사를 하고 몇 시간 뒤 음성이 나오면 다시 방호복으로 갈아입어 선별 진료소로 향한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 의료진은 감염 우려뿐만 아니라 추위와 싸우며 묵묵히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안양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보건소 관계자들은 외투도 입지 못하고 얇은 레벨D 방호복만 두른 채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난로는 꽁꽁 언 손과 발을 녹이는 용도가 아닌 얼어붙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체온계를 녹이는 용도로 사용됐다. 

역학조사는 더 어렵다. 

역학조사관 C씨는 "정말 쉴 틈 없이 일하고 있지만 현재 역학조사 인력이 많이 부족해 확진자 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2020년 끝자락에도 코로나의 끝은 보이지 않지만 이들은 오늘 또 코로나 최전선에 나선다. 

A씨는 "코로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의료진 상당수가 자신으로 인해 가족 또는 주변인이 코로나19에 걸릴까봐 걱정한다"며 선별진료소 의료진을 향한 좋은 시선을 부탁했다. 

B씨는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악화돼 더 지치지만 그래도 살아간다"며 "코로나로 딱 좋은 게 하나 있다면 소소함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 줄 알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공무원 "업무 늘어 힘들지만 사회적 책임감 느껴"

코로나 사태가 1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의료진뿐만 아니라 일선 공무원들의 피로도 적지 않다. 방역당국 공무원뿐만 아니라 교육, 고용, 지원금 등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가중되는 업무량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 

사회복지 공무원 D씨는 "선별진료소에 일손이 부족해 주민센터 직원도 투입되는 상황"이라면서 "자가격리 대상자가 많다보니 관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 역시 "코로나로 인해 외부 행사는 줄었지만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된 업무가 많이 늘었다"면서 "중소기업 정책자금 등을 지원하는 공단은 특히 업무가 집중돼 지원을 나간다"고 했다. 

앞서 서울대 정부경쟁력 연구센터가 지난 9월 2일 공개한 '공무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무량은 평균 13.5%, 업무량은 평균 15.1% 늘었다고 응답했다.

기존(기준 100)과 비교해 업무량이 가장 많이 늘었다고 답한 부처는 보건복지부(140.9)이고 교육부(136.0), 식품의약품안전처(135.0) 순이었다. 

평균적으로 업무강도가 가장 높아진 부처는 식품의약품안전처(142.6)였고 보건복지부(140.4), 기획재정부(134.3)이 뒤이었다. 

서울대 정부경쟁력 연구센터는 "전염병 예방 및 방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복지부, 식약처의 업무량과 업무강도가 가장 많이 늘었다"며 "학교 및 직장 폐쇄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지원금 등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 등도 업무량과 업무강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업무가 늘었지만 공무원들의 직업 만족도와 사회적 책임감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실시된 인식 조사와 비교해 '공직생활에 대한 만족도'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각각 11%p, 10.8%p 늘었다. 또 '나는 사회에 대한 책임을 상당히 느낀다', '시민을 위한 봉사는 시민으로서 나의 의무다'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13.7%p, 10.9%p 상승했다. 

해당 조사는 서울대 정부경쟁력 연구센터가 화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15일∼6월 17일 동안 29개 중앙부처 소속 3∼9급 공무원 1430명 대상으로 진행됐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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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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