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3차 재난지원금 나온다고 해서 상인들끼리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안될 것 같아요. 나라에서 이제 그만하고 집에 가서 쉬라는 말인가 싶기도 하고…답답할 따름입니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확정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또다시 난관에 부닥친 소상공인들이 반색하고 있다. 하지만 9조원 규모로 늘어난 3차 재난지원금에서도 소외된 이들이 나오고 있어 이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9조 규모 3차 재난지원금, 누가 받고 누가 못받나
29일 정부는 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약 580만명에게 최대 300만원까지 지급하는 ‘코로나19 3차 확산에 대응한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3차 재난지원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이나 노동환경이 불안정한 취약계층들에게 임차료 지원 명목 등으로 최대 300만원의 현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매출이 줄어든 연매출 4억원 이하 일반업종 100만원 ▲식당·카페·PC방·미용실 등 집합제한 업종 200만원 ▲노래방·헬스장·학원·유흥주점 등 집합금지 업종 300만원이 지급된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영업이 중단된 스키장 내 음식점, 편의점과 스포츠용품점 등도 집합금지 업종과 같은 300만원을 지급받으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노동자)와 프리랜서 70만명에게 5000억원 규모 소득안정자금이 지급된다.
이처럼 3차 재난지원금은 지난 2차 재난지원금보다 넓은 범위의 직군들에게 지급될 예정이지만, 이번 3차 재난지원금 지급에서도 제외되는 이들은 막막한 현실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차 재난지원금도 못받았는데…이번에도 안될 듯” 시장상인의 ‘호소’
“3차 재난지원금이요? 2차때도 안나왔는데 기대도 안하고 있어요. 매출이 줄었는데도 증빙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사실상 포기한 상태입니다”
지난 29일 영등포 전통시장에서 만난 의류상인 김태웅(62, 남)씨는 한숨을 연신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차 재난지원금과 3차 재난지원금은 지난해 대비 매출액 감소 유무를 따져 지원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김 씨의 경우 현금거래가 많은 전통시장 특성상 누락된 매출 증빙이 어려워 지난 2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을 토로했다.
김씨는 지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절반 가량이 지원금을 못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오히려 피해가 큰 소상공인들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 자금 지원을 위한 대출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발표된 3차 대책에서는 집합제한업종에 해당하는 업종 종사자들은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의 경우 상품 판매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해당 지원프로그램을 받을 수 없다.
김 씨는 “지난 추석즈음에 2차 코로나 대출을 알아보러 은행에 갔는데,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었다”며 “뉴스를 보면 연말이라고 은행들이 고신용자들도 대출을 안해준다는데, 우리같은 시장상인들한테 갑자기 대출을 해주겠다고 입장을 바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에서 이제 (상점 운영을) 그만하고 집에 가서 쉬라는 말인가 싶다”며 “이제는 정말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도 대출 끼고 영업하는데…매출 높다고 지원 안된다니” PC방 사장의 ‘울분’
“지난해 매출이 9억이 넘었다고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제외됐습니다. 제가 돈이 많아서 사업하는 것도 아니고 대출 끼고 장사하는 건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건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봅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200석 규모의 PC방을 운영하는 한 모(31세, 남)씨는 매출 규모가 큰 사업장이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두고 울분을 터트렸다. 지난 2차 재난지원금 당시 PC방이 집합금지 업종으로 지정돼 1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한 씨는 전년 매출이 연매출 4억원 이상이다 보니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 씨는 “규모가 큰 영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들 중 빚 없이 장사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2년 전에 사업을 위해 대출을 받았고,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또 대출을 받아 ‘이중 대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영세 소상공인들도 힘든 것은 알지만 우리같은 소상공인들도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라고 토로했다.
이어 “매달 사업장 임대료만 천만원이 넘고, 전기세와 아르바이트생 고용비를 합치면 고정지출이 2000만원이 넘어간다. 12월 매출 정산을 해보니 800만원이 채 안되는데, 이미 적자는 억단위를 넘어섰다”며 “재난지원금 지급이 어렵다면 추가 대출 말고 저금리 대환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재난지원금 여전히 허점 보여 아쉬워…“소외된 취약계층 위해 ‘3차 플러스 알파’ 필요해”
이처럼 지난 2차 코로나19 지원에서 제외된 이들은 3차 지원 프로그램에서도 제외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지급기준을 새롭게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등포 쪽방촌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월 50만원 가량을 받으며 살고 있는 함 모(67세, 남)씨는 코로나19로 생계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함 씨는 “이전부터 당뇨가 있어 제대로 일도 못하면서 공병을 팔면서 생활을 이어갔는데, 요즘은 폐업한 식당들이 워낙 많아서 공병도 제대로 수급하지 못한다”며 “지난 2차 재난지원금에서도 제외됐었고, 이번에도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쪽방촌에 사는 주민들 대다수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인데, 최근 코로나19로 도움의 손길도 뜸해져서 이전보다 더욱 힘든때를 보내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국가가 지원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재난지원금의 ‘허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꾸준한 관심과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태규 연구위원은 “국가가 진행하는 행정사업에서 완벽함이란 있을 수 없다”며 “특히 재난지원금의 경우 이전에는 없던 지원방안이고, 빠르게 마련해야 하다보니 허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재난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그대로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사회계층의 목소리를 듣고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3차 플러스 알파’ 방식의 지원이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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