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에 예방요법까지”...독감, 격리 안하는 이유는?

“백신에 예방요법까지”...독감, 격리 안하는 이유는?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도 무력화...환자 접촉해도 예방 가능

기사승인 2021-02-16 04:25:02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얼마 전 자주 찾는 식당에 방문했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A씨는 예외 없이 14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인플루엔자(독감) 환자와 밀접 접촉한 B씨는 격리조치 없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식사한 지인이 독감 진단을 받은 사실을 알자마자 '특별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유사한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이지만 코로나19 접촉자는 격리하고, 독감 접촉자는 격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감 백신 예방률 50%...대항할 무기가 또 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갑작스러운 고열과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과 같은 전반적인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 주로 날씨가 쌀쌀해지는 12월부터 이듬 해 4월까지 크게 유행하고, 코로나19와 증상도 비슷해 코로나19와 동시유행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다행히 독감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백신 접종 후 약 6개월가량 면역 효과가 유지되므로 매년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다만,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도 위급 상황 시 독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항바이러스제 예방요법’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독감치료제를 예방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을 통한 최선의 예방율은 50%정도다. 암 투병을 하거나 나이가 많은 분들은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예방 확률이 50%가 안 될 수 있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아이를 돌봐야 하거나 고령의 부모님을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직원이 독감에 걸린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인플루엔자 감염을 예방하고, 바이러스 전파도 막을 수 있다. 예방적 투여를 통해 독감 환자의 접촉자를 격리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감 백신이 ‘우연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는 무기라면, 예방요법은 ‘접촉 직후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무기인 셈이다. 실제 집단생활을 하는 요양시설 교정시설 등에 독감 환자가 발생한 경우 또는 감염 가능성이 있는 조류독감(AI) 살처분 현장 투입 인력 등에도 항바이러스제 예방요법이 활용되고 있다.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도 무력화...'바이러스 약점' 공략 

독감 예방요법 및 치료제로 흔히 알려진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를 비롯해 기존 독감에 사용돼온 항바이러스제는 모두 ‘뉴라미니다아제 억제제(Neuraminidase Inhibitor, NAI)’에 해당된다. '뉴라미니다아제'는 세포 내에서 증식한 바이러스를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데, 이를 억제해 바이러스 배출을 막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기전의 항바이러스제 조플루자(발록사비르마르복실)가 추가돼 임상현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러스 증식을 차단하는 원리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복제에 필수적인 중합효소(RNA-dependent RNA polymerase, RdRp)의 성분인 산성 엔도뉴클레아제 단백질(polymerase acidic endonuclease)을 억제해 바이러스 복제의 초기단계부터 진행을 막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조플루자는 세포 내에 들어간 바이러스가 처음부터 증식을 하지 못하게 막는 훨씬 더 근본적인 치료다. 쉽게 말하면 인플루엔자가 가진 바이러스 복사기를 멈춰버리는 약”이라며 “바이러스의 양을 빨리 감소시켜 전파가 덜하고, 중증으로 진행되는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예방 목적으로 사용될 때에도 초기부터 증식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체 내에 약물 농도가 남아있을 때까지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독감에서는 현재의 코로나19와 달리 접촉자를 격리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독감 예방효과를 볼 수 있는 기간은 1~2주 정도로 길지 않은 편이다. 독감 환자 밀접접촉자에 사용했을 때 예방 효과가 90%이상으로 높지만, 백신을 대체할 수는 없는 이유다. 정 교수는 “수술 이후에 감염 방지를 위해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며 “독감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기저질환 환자와 같이 살고 있는 경우 전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고, 결정적으로는 인플루엔자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예방 요법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바이러스의 복사기를 차단하는 원리, 코로나19에 적용될 가능성은 없을까. 정 교수는 “코로나19에서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며 “만일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복사기 스위치’라 할 수 있는 중합효소(RdRp)를 잡아낸다면 기막힌 발견이 될 것”이라고 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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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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