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 학폭 논란 번질라... 프로스포츠 '전전긍긍'

배구계 학폭 논란 번질라... 프로스포츠 '전전긍긍'

기사승인 2021-02-18 09:35:23
학교폭력에 연루된 심경섭과 송명근 선수(왼쪽부터). 연합뉴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프로 배구로부터 촉발된 학교 폭력 논란에 스포츠계가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최근 배구계는 학교 폭력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이다영 자매와 초등‧중학교 배구부 시절을 함께했다고 밝힌 누리꾼이 피해 사실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13일에는 남자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 심경섭의 학교 폭력 행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6일엔 익명의 한 신인 선수가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학폭 논란에 연루된 선수들의 소속 구단이 리그 잔여 일정 출전 정지라는 징계를 내리고, 한국배구연맹(KOVO)이 재발 대책 마련까지 내놓았지만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도 ‘체육계의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타 종목 프로 구단들도 덩달아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프로배구에서 시작된 폭로 릴레이가 타 종목으로 옮겨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번 폭로들의 성격은 신인 선수들에게 한정됐던 과거의 학폭 폭로와는 궤가 다르다. 팀의 주축, 베테랑 선수들이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아 구단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체육계의 부조리, 폭행 등이 만연한 상황에서 소속 선수의 절반 이상이 가해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재영‧이다영 자매 사례처럼, 피해자가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문제 삼는다면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전국 5274개 초·중·고등학교 학생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4.7%(8440명)가 코치나 선배로부터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 폭언이나 욕설·협박 등 언어폭력도 15.7%(9035명)를 차지했다. 신체 폭력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초등학생 선수들의 38.7%(898명)가 신체폭력을 경험한 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함”이라고 답하는 등 폭력에 대한 내면화가 뿌리깊은 상황이다. 실제 프로야구의 한 베테랑 선수는 과거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야구부에서의 폭행 사실을 영웅담처럼 웃으며 고백하기도 했다. 

과거의 일이라 마땅한 대처법도 없어, 구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농구단 관계자는 “뉴스를 접했을 때 많이 놀랐다. 최근 연휴에 브레이크 기간이라서 온전하게 선수단을 상대로 대응은 하지 못한 상태다.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내부적으로 계속 논의 중에 있다”면서도 “예전에 일어난 일을 가지고 어떻게 대처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 축구단 관계자도 “선수단을 모아서 조사를 하지는 않았다. 다른 종목에 비해 인원수가 훨씬 많다 보니 과정이 쉽지 않은 편이다. 구단에서 간섭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누가 자발적으로 학교 폭력 이야기를 하겠는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축 선수가 폭행 가해자로 지목되면 구단의 한 해 농사도 그르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우리 팀에서 나오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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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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