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벌었는데, 과태료는 4천…코스트코, 코로나·규제 뚫고 '질주' 

4조 벌었는데, 과태료는 4천…코스트코, 코로나·규제 뚫고 '질주' 

기사승인 2021-02-18 05:17:01
코스트코 코리아 하남점 / 사진=한전진 기자
코스트코 하남점 육류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는 사람들 / 사진=한전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 설 명절 이틀 전이었던 지난 9일 오후 코스트코 하남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이 무색하게 매장은 장을 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엔 설 대목을 맞아 각종 농·축·수산물과 가공·냉동식품들이 즐비했고, 한우 사태와 양지, 등 육류가 불티나게 팔렸다. 딸기와 석류 등 과일과 비빔밥, 연어회, 초밥 등의 2~3인분용 음식도 인기였다. 소갈비찜과 전골 등 가정간편식 제품을 카트에 담는 손길도 많았다. 그야말로 설 대목이었다. 

미국의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가 코로나19 속에서도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1994년 한국에 첫 진출해 국내에서 ‘창고형 할인점 시대’를 연 글로벌 유통공룡이다. 그간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경쟁자들이 등장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아직까지 규모나 매출 면에서 적수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코스트코 코리아는 2018년 연매출 4조원을 돌파했고, 이대로라면 5년 내 5조원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스트코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공식품이나 생필품 등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다. 이날 하남점에서 만난 신혼부부 김치완(40) 씨는 “코로나19에 각자 집에서 명절을 보내는 걸로 친지들과 이야기를 했다”면서 “명절 음식을 특별히 준비하려는 건 아니어도, 연휴기간 먹을 간식과 음식을 사두기 위해 이날 코스트코를 방문했다”라고 했다. 코로나19에 코스트코 이용을 시작했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생활용품 매대에서 만난 30대 주부 최씨는 “코스트코 대용량 상품을 이웃과 소분해 사용한다”면서 “배송에 시간이 걸리는 온라인몰보다도 가성비가 좋다”라고 평했다. 

코스트코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창고형 할인점이다. / 사진=한전진 기자
실제로 코로나19는 코스트코 코리아의 성장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코스트코 코리아의 2019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4조5229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2%, 9.9% 증가한 1429억원, 1055억원을 기록했다. 1998년 영업 첫 해 2421억원이던 매출은 2007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0년, 2014년, 2018년에 각각 2조원, 3조원, 4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이 같은 코스트코 코리아의 고성장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국내 유통기업들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 등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동안 ‘배짱 영업’ 등을 강행해 몸집을 불려왔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대형마트의 출점 규제를 강화한 2014년 이후 코스트코는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외국 기업은 정부 규제나 상생 의무 등에서 국내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코스트코에는 국내서 거둬들인 수익을 재투자하지 않고, 국외로 유출시킨다는 꼬리표도 매번 따라붙는다.  

설날 하루 앞,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2km 남짓 떨어진 덕풍‧신장시장에선 명절 대목이 실종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코로나19도 문제지만, 2년 전 코스트코 하남점이 개점하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원성을 쏟아냈다. 코스트코 하남점은 하남시 신도심인 미사동과 구도심 덕풍동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에 코스트코에 유입 손님을 다 빼앗기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코스트코 하남점 출점 소식이 들려왔을 당시, 지역 소상공인 1000여명이 수차례 모여 반대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코스트코는 요지부동이었다.  

코스트코 하남점 입점 반대 시위가 진행됐던 모습. / 사진=한전진 기자
엄밀히 말하면 코스트코 하남점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에 따라 개점할 수 없는 매장이었다. 상생법에 따르면, 대형유통시절은 신규 점포 출점 시 지역 소상공인과 협의 후 진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코스트코 하남점은 정부의 개점 연기 권고와 하남 소상공인들의 반대에도 4000만원의 과태료를 내고 ‘배짱개점’을 진행했다. 과태료가 미미하니 법을 어겨도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스트코는 2017년 송도점 개점 때도 똑같이 과태료를 내고 출점을 진행했다. 

상인들은 외국 기업에 무기력한 상생법에 분통을 터트린다. 24년간 신장시장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환(61·가명) 씨는 “국내 기업이라면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겠나”라며 “법을 만만히 보는 코스트코가 한국에서 이득만 취해가고 있는 꼴”이라고 성토했다. 실제로 국내 유통업계에선 코스트코가 국내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으면서 막대한 부를 해외로 유출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코스트코 코리아는 미국 본사에 23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진행했다. 이는 코스트코 코리아가 2019년 거둔 순이익 1055억원의 2.2배에 달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코스트코 등 외국 기업에 대한 상생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국내법 무시와 국부 유출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최근 ‘한국은 ‘봉’, 코스트코 2300억 미국본사에 배당'이라는 논평을 통해 “연 4조원이 넘는 코스트코의 매출에는 골목상권 자영업자의 피눈물이 배어 있다”며 “이들이 법까지 무시하면서 출점을 강행하는 것은 과태료 처분으로 물게 될 벌금보다 하루 영업으로 벌어들일 수익이 더 많기 때문”이라며 관련 규제 마련을 촉구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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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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