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다" 계속되는 학폭 미투…'폭로의 장' 된 커뮤니티

"나도 당했다" 계속되는 학폭 미투…'폭로의 장' 된 커뮤니티

연예·체육계 이어 일반인까지 '폭로' 잇따라
'네이트판'에만 1만3127개..."근거없는 마녀사냥 안돼" 자성론도

기사승인 2021-02-18 15:43:21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최근 몇몇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가 학교폭력(학폭)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의 장이 되고 있다.

학폭을 폭로한 피해자들은 어린시절 가해자로부터 욕설과 폭언, 폭력 등을 당했다며 사과를 요구한다. 익명의 폭로 글에 담긴 학교 졸업앨범 등 정보를 수집한 누리꾼들은 학폭 의혹 가해자를 찾아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최근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트로트 가수 진달래, 여자 배구선수 이재영·다영 자매 등이 이같은 패턴으로 지목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발(發) 학폭이 사회적 분위기를 타면서 연예계, 체육계에 이어 일반인에 대한 폭로까지 쏟아지고 있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1만3127개의 학폭 관련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트판에 최근 이슈가 된 연예계, 체육계 유명인의 학폭 의혹이 유독 많이 제기됐다. 

최근 불거진 학폭 미투 시작은 연예계에서 먼저 나왔다. 지난달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진달래로부터 과거 학폭을 당했다는 주장의 글이 게재된 이후 유명인에 대한 학폭 논란은 체육계로 번졌다. 

이어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자 배구선수 이재영·다영 자매에 대한 학폭 의혹이 제기됐고, 13일에는 남자 배구선수 송명근·심경섭 선수의 학폭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학폭 의혹이 제기된 일부 유명인들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를 본 시민들은 '학폭 가해자'들의 사과와 처벌을 요구했다. 결국 진달래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에서 하차했고, 학폭 사실 인정한 선수들에게는 출전 정지 징계와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 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연일 학폭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관심이 높아지자 학폭 피해자들의 폭로는 전방위적으로 확산했다. 연예인 등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에 해당하는 경찰, 소방관, 항공사 직원 등에 대한 학폭 미투로 터져나왔다.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학폭 가해자가 소방서에서 부부 소방관으로 근무 중이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학폭 피해자의 요청으로 대신 글을 쓴다"면서 "피해자는 1993년 군산 모 중학교 1학년 재학 당시 이유없는 괴롭힘과 폭력을 당했다"고 적었다. 

내용에 따르면 가해자는 더러운 슬리퍼로 피해자의 양쪽 뺨을 때리고 화장실 청소를 강요했다. 피해자 얼굴에 물파스를 바르거나 도둑으로 몰리도록 다른 가해자들과 공모했다. 

글쓴이는 "(가해자가) 장난으로 그랬다고 변명하고 회피할 수 있지만 나는 학창시절이 지옥이었다"면서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진정성 담긴 사과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같은 커뮤니티에는 '학폭 가해자가 경찰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캡처.
이처럼 성인이 된 이후 학폭 미투에 나선 피해자들은 "여전히 우리는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유명세를 얻거나 행복하게 잘 사는 가해자를 보면 당시 겪었던 일들이 다시 떠올라 고통스럽다고 토로한다. 

과거와 달리 피해자들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점도 학폭 미투가 터져나온 이유 중 하나다. 최근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이 익명성을 보장하는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보복이 두려웠던 사람들도 익명성에 기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순기능만큼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무분별한 폭로는 피로감을 높이고 익명에 기대어 글을 올려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개인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소설같은 이야기도 적지 않아 온라인 커뮤니티는 '신춘문예'가 아닌 '판춘문예'라고 불리기도 한다. 

실제 지난 16일 배우 조병규로부터 학폭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결국 작성자가 허위 사실이라고 고백하며 논란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후 또 다른 학폭 의혹이 제기됐고 조병규의 초·중학교 동창이 등장해 학폭 의혹을 반박하며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조병규 소속사는 학폭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에 대해 선처 없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근거 없는 학폭 의혹은 마녀사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무분별한 비판을 지양해야 한다는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병규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학폭 의혹을 제기한 게시글에는 "주작 아니냐" "중립기어 넣는다" "증거가 있어야 믿지" "이제 그만해라" "이젠 못 믿겠다" 등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이달 초 학폭 의혹에 휩싸였던 가수 요아리 역시 "저의 신상에 대해 쓴 글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저는 법을 모르고 이미 가해자라는 낙인이 찍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