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복지위는 지난 19일 강력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실형을 받은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는 기간 만료 후 2년까지 면허 재교부가 금지된다. 다만 의료행위 중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더라도 면허 취소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간 의사는 성범죄, 강도,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처벌받아도 의사 면허가 유지돼 의료 활동을 계속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면허 취소 사유는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금치산자 △면허 대여 △진료비 거짓청구 등이 있다.
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정치인 등 다른 전문직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몇 년간 자격을 잃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를 시작하기 전 모두 발언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코로나19 진료와 백신 접종과 관련된 협력 체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때 면허 취소되고 형이 집행 종료되도 5년 동안 면허를 갖지 못하게 하는 가혹한 법"이라며 "의료계에서 심각하게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걸 복지부가 국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불행한 사태로 가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은 지난 20일 반대 성명을 내고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이 법안이 의결되면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정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에 "정부는 국민의 헌신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집단 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마치 교통사고만 내도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살인·성폭행 등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에 대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이라며 "의협이 불법 집단행동을 현실화한다면 정부는 망설이지 않고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30대 주부 은모씨는 "(면허 취소가 싫으면)범죄를 안 저지르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성범죄 등을 저지른 의사한테는 치료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해야 하는데 의사는 왜 특혜를 받는 건가"라면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볼모 잡아 협박하는 거냐"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의료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절대 과반을 자치한 여당은 물론 야당도 위법 행위를 한 의사의 면허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의사 죽이기 보복악법'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중단'을 내걸고 성명을 발표한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들에 국민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위한 국민의 기대와 정부 및 의료인들의 수많은 노력에 허탈감부터 안기는 의사단체의 이기적인 발언에 깊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거짓이나 부정이 있는 경우 발급된 의사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할 수 없도록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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