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은 돌봄 필요 없나요?" 속앓이하는 학부모들

"초등 고학년은 돌봄 필요 없나요?" 속앓이하는 학부모들

초등 1~2학년 매일 등교, 그 외 학년은 밀집도 조정
서울 초·중·고 학부모 70% 이상 "등교 확대 찬성"

기사승인 2021-02-24 14:53:59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 오는 3월 개학과 함께 초등학교 1~2학년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까지 매일 등교한다. 나머지 학년은 올해도 온라인 수업에 기대어 학사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300~400명에 이르기는 만큼 당장 시작되는 등교 일정에 우려가 나온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초등 1~2학년이 아닌 다른 학년에도 닫힌 교문을 자유롭게 열어 달라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작년과 달라진 게 없다…"초등 고학년도 돌봄 필요" 

초등 5학년이 되는 딸을 둔 최모씨(36·경기 광명)는 지난 23일 학교에서 보낸 올해 학사 운영 안내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등교를 확대한다고 했는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 1회에 그친 것이다.

최씨는 "개학까지 일주일도 안 남은 시점에 등교 안내 공지를 받았는데 작년과 마찬가지로 또 주 1회 대면 등교라고 한다"라면서 "고학년인데 2년째 제대로 학교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초등 4학년, 2학년 자녀를 둔 김모씨(39·서울 양천구)는 "2학년 동생은 매일 학교에 가지만 4학년인 아이는 주 1회만 가 이전과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코로나로 상황에 어쩔 수 없어) 아이가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데 맞벌이다보니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초등 고학년·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들은 가정에 혼자 아이가 있는 것보다 학교가 더 안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 1~2학년인 저학년의 경우 학교가 끝난 뒤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고학년은 이용할 수 없다.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방과 후 교실 등으로 초등 고학년 돌봄 공백을 메우는 경우도 있었지만 코로나 상황 악화되면서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지 않는 학교가 많아졌다. 돌봄 여건이 열악한 가정의 일부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대신 PC방에서 머무는 경우도 있다.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원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부모들은 자녀 수, 학원 수에 따라 매달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들어가는 학원비가 부담이다. 

초2·중3·고3 세 자녀를 둔 이모씨(46·경기도 안양)는 "코로나 사태 이후 장사가 잘되지 않아 아이들 다니는 학원을 줄였다"면서 "학교까지 잘 가지 않으니 학습 격차가 벌어질까 봐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대면수업을 대신하는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중1·초5 자녀를 둔 유모씨는 "고학년은 과목도 많아지고 내용도 어려워지는데 수업을 더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온라인 수업도 유튜브 영상이나 틀어주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초등 5학년 자녀를 둔 임모씨는 "지난해 온라인 수업의 경우 줌(ZOOM)과 같은 원격수업을 한 시간하고 나면 나머지는 유튜브를 시청하는 수업이었다"면서 "하루 수업 분량을 끝내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오전 중 모든 수업을 마친 아이는 학원 수업 외 시간엔 온종일 노는 식이었다. 1년 내내 사실상 집 안에서만 보내는 방학이었던 것"이라고 비꼬았다. 

◇서울 학부모 10명 중 7명 "등교 확대 찬성"

이 때문에 학교 밀집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8∼19일 서울시 거주 초·중학교 학부모 16만1203명과 교사 1만72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 학부모의 74.2%, 예비 중1 학생 학부모 76.3%, 나머지 중학생 학부모 70.7%가 거리두기 3단계 전까지 전교생의 3분의 2가 등교하자는 의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교육부의 등교 기준은 거리두기 2.5단계 시 모든 학교의 등교 인원을 3분의 1로 제한한다. 이를 적용하면 대면 수업이 대폭 축소된다. 2단계에도 고교를 제외한 학교는 3분의 1 등교를 원칙으로 한다.

관련 청원도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초등학교 1~2학년만 매일 등교가 아니라 전학년 등교일수를 최대로 확보해주시기 바랍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와 이날 현재 오후 2시20분 기준 1991명이 동의했다. 

이 외에도 '선택 등교권을 가정에 주십시오' '선택등교 청원합니다'란 청원 글은 현재까지 각각 2018명, 1708명의 동의를 얻었다. 

교육당국 역시 대면수업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2일 광주 일동초등학교를 방문해 신학기 방역 상황을 점검하며 "대면 수업이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 등교 수업을 확대하고 다른 학년 학생에게도 점차 대면 수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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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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