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첫날… “어둡고 긴 코로나 터널 빠져나가는 첫발 되길”

백신 접종 첫날… “어둡고 긴 코로나 터널 빠져나가는 첫발 되길”

65세 미만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종사자·입소자 백신 접종 시작

기사승인 2021-02-26 11:31:54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도봉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26일부터 전국 65세 미만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종사자 및 입소자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서울 도봉구보건소에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으려는 이들이 오전부터 자리했다. 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오른쪽으로 가면 데스크에 ‘접종 대상자 명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접종 대상자는 체온 측정·손 소독을 마친 뒤 접종실로 이동하게 된다. 보건소 직원들은 방호복에 마스크 착용, 페이스실드까지 장착해 감염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도봉구 보건소의 첫 접종자는 김정옥 노아재활요양원장이었다. 9시가 되자 김 원장은 문진표와 신분증을 내고 접수한 뒤, 예진실로 이동했다. 의료진은 김 원장의 이름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 알레르기 여부, 혈압 등을 확인했다. 이후 김 원장은 접종실로 이동했다. 의료진은 고무장갑을 낀 채 백신 보관함에서 유리병을 꺼내 입구를 소독한 뒤 주사기에 삽입했다. 유리병은 다시 보관함에 넣었고, 김 원장의 왼팔에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접종 시간에는 7~8초가 소요됐다. 

의료진은 김 원장에게 “2분 정도 소독솜을 눌렀다 떼고, 만약 붓거나 열 나는 등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다”며 “귀가 후 3시간 가량은 관찰해야 한다. 또 3일 후에도 열이 나거나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달라. 과격한 운동과 목욕은 자제하고 2주 후에 면역이 생길 예정이다. 8주 후 2차 접종에 와달라”고 안내했다. 김 원장은 이상반응 관찰실로 이동해 대기했다.

두 번째 접종자는 노아재활요양원에서 일하는 오정화씨였다. 김 원장과 마찬가지로 예진을 거친 뒤,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이어 차례대로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도봉구 보건소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이상반응 관찰실에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옥 원장은 이상반응 관찰실에서 메스꺼움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김 원장의 맥박, 혈압 등을 체크해 본 결과 혈압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긴장하면 과호흡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김 원장은 “독감 백신 접종할 때도 약간 미열이나 울렁거림이 있다”며 “어제저녁에 잠을 못 자서 더 울렁거리지 않을까 했는데 괜찮아졌다. 지난 1년간 어르신께서 가족들, 자녀들과 면회를 한 번도 못 해서 힘들어했다. 1호 접종자가 됐는데 집단면역이 잘 형성되면 어르신들이 맘껏 면회도 할 수 있고 사람들이 마스크 벗고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측면에서 기쁘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접종받은 오정화씨는 “백신 종류에 따라 예방 효과가 다르다고 해서 걱정이 됐다”며 “맞고 나서 떨리고 살짝 메스꺼웠는데 지금은 괜찮다. 맞았다는 것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예진 업무를 담당하는 도봉구 보건소 박선희 의사는 “많은 분이 빨리 불안감을 떨치고 접종하길 바란다”며 “안전한 환경해서 편안한 상태로 접종해야 이상반응도 철저히 볼 수 있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길 바란다. 대부분의 국민이 안전하게 접종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상준 도봉구보건소장은 “코로나 상황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백신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라며 “오늘 첫발을 내디뎠다. 백신 접종 대상자는 적극 참여해달라. 요양시설종사자는 거동할 수 있어 보건소에 방문하고, 입소자의 경우 거동이 불편해 방문 접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접종 첫날 주민들이 접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가장 신경쓰였다”며 “1차 대상자의 동의율이 94%였다. 우려보다 기대가 크다고 보여 다행이라 생각한다. 오늘이 어둡고 긴 코로나 터널을 빠져나가는 첫날이기를 바란다. 마지막 한 명이 접종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보건소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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