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BJ 잡아라’… 커머스 크리에이터가 뜬다

‘인기 BJ 잡아라’… 커머스 크리에이터가 뜬다

기사승인 2021-03-22 09:46:54
지난해 11월 BJ 오메킴(우)과 쇼호스트 김성연이 아프리카TV에서 생방송에서 닭갈비를 판매하는 모습. 아프리카 TV 방송화면 갈무리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이건 못 참겠다”, “맛있겠다.”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BJ(Broadcasting Jockey) 오메킴(본명 김승현)이 닭갈비 위에 쫄면 사리를 얹어 한 입에 삼키자 채팅창이 뜨거워졌다. 뒤따라 쇼호스트 김성연이 닭갈비 치즈 볶음밥을 먹은 뒤 과장된 몸짓과 함께 외마디 캄탄사를 내뱉자 ‘텐션이 좋다’, ‘방송 잘한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시청자들은 해당 플랫폼의 유저 참여형 광고 서비스인 ‘애드벌룬(풍선)’을 통해 제품을 구매했다. 애드벌룬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면 BJ에게 일정 금액이 후원된다.

지난해 11월 인재 채용 콘셉트로 진행된 오메킴의 라이브 커머스 방송은 전문 쇼호스트로부터 판매 상품 소개 및 직접 요리하기, ASMR, 먹방 리액션 등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렀다. 아프리카TV에 따르면 이날 판매 상품 닭갈비는 약 50분 만에 매진됐다.

라이브 커머스는 라이브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로, 소비자와 판매자가 실시간 영상을 통해 소통하며 물건을 구입하고 파는 방식이다. 정보가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홈쇼핑과 달리 라이브 커머스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데 장점이 있다. 각종 신제품 행사를 하기 어려운 코로나 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쇼핑 방식으로도 꼽힌다.

특히 모바일에 능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에게 인기를 끌다보니 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을 비롯해 롯데·신세계·현대·CJ 등 대기업도 앞다퉈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교보증권은 2020년 4000억원에 달했던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3년엔 약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BJ‧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비롯한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핵심 열쇠로 떠올랐다. MZ 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 제작에 익숙한 이들은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구매자의 ‘놀이터’로 만들어 소비 심리를 부추긴다. 아프리카TV 정찬용 대표는 “BJ를 이용한 라이브 커머스의 장점 중 하나는 콘텐츠형으로 커머스를 끌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제품 판매에 포커스가 되어 있지만 점차 제품 홍보와 판매가 패키지로 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독자 147만명을 거느린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은 지난해 8월 소상공인 상품 홍보 라이브 방송 ‘어디까지 팔아봤니’에서 초당 12개 이상 상품을 판매했다. 그는 90분 동안 진행된 방송에서 3개 식품을 시식하며 6만5000개 판매, 3억원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함경식 원장(함경식TV 구독자 13만명)과 뷰티 유튜버 ‘로즈픽스(구독자 약 10만명)’도 지난해 7월 카카오커머스 라이브 방송에서 뷰티제품 소개에 피부 관리 팁을 곁들이며 관련 상품 5000세트 이상을 판매했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인플루언서를 놓고 플랫폼 간 영입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배달의 민족은 ‘느끼한 카페 사장’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버 최준(본명 김해준)을 라이브 방송에 출연시키는 등 시청자 이목 잡기에 나선 바 있다.

세계 최고 규모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구축한 중국에서는 이미 왕홍(网红)을 중심으로 한 판매 마케팅이 대세다. 온라인상의 유명 인사를 뜻하는 왕홍은 과거엔 브랜드나 제품의 마케팅에 활용됐으나 최근에는 제품 판매에 직접 나서면서 유통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정부투자기관인 KOTRTA 상하이무역관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12월 GMV(총상품 판매액) 기준 상위 10위권 왕홍의 매출액은 630억 위안(한화 약 10조 8378억원)에 달한다.

왕홍을 잡기 위한 중국 지방 정부의 경쟁도 치열하다. 시장을 좌지우지할만한 왕홍의 존재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명 ‘립스틱 오빠’로 유명한 왕홍 리자치(李佳琦)는 상하이시의 ‘특수인재’ 1호로 영입됐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하이시는 리자치에 업계 최고 대우를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광저우와 쓰촨, 충칭 등 주요 도시가 왕홍 영입 및 육성을 위해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중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미래 유망 신직업 14개 중 하나로 ‘커머스 크리에이터’를 선정해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는 “최근 비대면 경제의 부상으로 온라인 판매 채널 비중이 증대함에 따라 커머스 콘텐츠 전문 인력 확충 등 지원이 필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정주 쿠키뉴스 디자이너


‘시진핑도 버섯 판매’ 중국은 라이브 커머스 세상

지난해 4월 중국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라이브방송을 시청하던 소비자들은 익숙한 인물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버섯 판매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깜짝 판매원’이 된 시진핑 주석은 ‘타오바오’ 생방송 스튜디오가 마련된 중국 산시성 자수이현의 특산물인 자수이 목이버섯을 홍보했다. 그러면서 “전자상거래는 농촌지역 빈곤 퇴치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돼 매우 유망하다”고 격려했다. 

중국 내 라이브 커머스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가장 활성화 된 나라다. 10대와 시골 농부들까지 1인 홈쇼핑을 운영할 정도다.

2019년부터 두각을 보인 중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대확산을 틈타 가파르게 성장했다. 초기에는 화장품·패션의류 등 소비재가 판매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명품, 부동산 등도 속속 판매 상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CNNIC)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이용자는 3억8000만 명으로 2020년 3월보다 1억9100만 명 증가했다. 아이미디어리서치는 중국 생방송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2020년 9610억(한화 약 167조 2043억원) 위안에서 2021년 1조2012억(208조 9967억원) 위안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짜 물건을 팔거나 접속자 수를 조작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 공영방송 CCTV에 따르면 유명 쇼핑호스트 리마오 모우는 지난해 8월 의류 판매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가짜 명품 판매 혐의로 공안에 체포됐다. 상하이 공안은 리아오 외 촬영팀 5명과 5개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리아오는 평균 매출 10만 위안(약 1740만원), 연간 1000만 위안(약 17억4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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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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