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아프리카 프릭스의 뒷심이 보고 싶다

[LCK] 아프리카 프릭스의 뒷심이 보고 싶다

기사승인 2021-03-23 06:30:01
아프리카 프릭스 선수단 연습실에 붙어 있는 표어.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스북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체급은 분명 헤비급인데, 펀치는 어린아이 수준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PO) 진출이 무산된 아프리카 프릭스 얘기다.

아프리카는 21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T1과의 맞대결에서 1대 2로 패했다. 13패(4승)째를 기록한 아프리카는 PO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LCK는 리그 6위까지 PO 진출권이 주어지는데, 현재 최하위인 아프리카는 시즌 최종전인 오는 26일 경기에서 승리하더라도 순위 상승이 어렵다.

지난해 서머 시즌을 4위로 마무리했던 아프리카는 올 시즌도 중상위권 전력으로 평가 받았다. 원거리 딜러 ‘미스틱’ 진성준이 이적을 선택하고,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베테랑인 ‘스피릿’ 이다윤이 은퇴했지만 ‘월드챔피언십(롤드컵)’ 2회 우승에 빛나는 ‘뱅’ 배준식과 리그 정상급 서포터 ‘리헨즈’ 손시우를 품에 안으면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약팀은 확실하게 잡지만, 강팀을 꺾지는 못해 붙은 ‘강팀판독기’라는 오명을 올해는 씻을 수 있을지 팬들과 전문가들의 관심이 모였지만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팀에게도 연달아 패하면서 플레이오프 문턱도 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아프리카로선 매우 실망스러운 시즌이다. 

올 시즌의 아프리카 프릭스는 의아한 팀이다. 성적은 최하위인데, 경기 초반 지표를 들여다보면 상위권 못지않기 때문이다. LoL e스포츠 통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gol.gg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선취점 확률은 70%로 리그 1위다. 경기 15분 전 사냥한 드래곤은 1.03개로 이 부분 역시 1위다. 이밖에 게임 당 챙긴 전령의 개수 1.2개(3위), 15분 골드 차이 +197(6위) 등 다양한 초반 지표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올 시즌 아프리카가 뒷심이 매우 부족한 팀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지표다. 

아프리카가 경기에서 크게 앞서고 있더라도 이들의 승리를 확신하기 힘들다. LoL e스포츠에선 일반적으로 경기 시간 20분대를 중반, 30분대를 후반으로 바라본다. 올 시즌의 아프리카는 20여분 대를 전후로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21일 T1과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졌다. 

아프리카는 이날 1세트 22분까지 킬 스코어 7대 2로 크게 앞서나갔다. 이 과정에서 드래곤도 챙겼고, 전략적 요충지인 중단 타워도 손쉽게 철거했다. 하지만 허술하게 설계한 전투 구도가 독이 돼 25분께 열린 교전에서 대패했고, 28분께 전투에서도 선수들이 도미노처럼 전사하면서 승기가 아예 넘어갔다. 시즌초부터 개선 사항으로 지적됐던 선수들 간의 호흡, 방향성이 여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2세트 경기 내용은 더욱 심각했다. 킬 스코어 4대 2로 앞선 17분께 전투에서 아프리카는 돌연 4대 5 전투를 치러 크게 패했다. 원거리 딜러 배준식이 홀로 상단 타워를 공격하느라 수적 열세가 생긴 상황이었는데, T1에게 무리하게 싸움을 걸었다가 3명이 전사했다. 이 장면을 보다 못한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이 격양된 어조로 아프리카의 경기력을 비판할 정도였다. 

경기를 치르는 건 선수들이지만, 성적 부진의 책임을 오로지 선수단에게만 전가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반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아프리카의 이번 부진이 단순 체급의 문제라기보다 메타에 대한 이해도, 경기 운영 능력, 소통 부족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에 올해 새로 지휘봉을 잡은 한얼 감독 등 코칭스태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는 지적이다. 

아프리카에게 주어진 경기는 이제 단 한 경기뿐이다. 오는 26일 리브 샌드박스와의 맞대결이 예정돼있다. 현재 최하위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확률적으로는 최하위를 면할 기회가 열려있다. 최소한 스스로 꼴찌를 확정짓는 불상사는 피해야 한다. 선수단 숙소에 붙어있는 ‘남탓금지 : 나를 믿고 동료를 믿자’라는 표어처럼 서로에 대한 책임 전가, 불신은 거두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할 때다. 여러모로 뒷심이 절실한 아프리카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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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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