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은 홍철과 김영권을 쓸 수밖에 없었을까

벤투 감독은 홍철과 김영권을 쓸 수밖에 없었을까

기사승인 2021-03-26 06:15:02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KFA) 제공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선수 기용에 아쉬움을 남긴 벤투 감독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0대 3으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최근 한일전 2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역대 전적에서 42승23무15패를 기록했다. 특히 통산 80번째 한일전에서 벤투호는 전반전에 빌드업 부재에 유효 슈팅 1개에 그치면서 2011년 삿포로 참사(0대 3패)에 이어 10년 만에 또다시 ‘3골차 영패’의 치욕을 당했다.

대표팀은 주축 선수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주축 선수들을 선발하지 못했다. 특히 대표팀의 주축 공격수인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라이프치히)가 모두 나서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임시 방편으로 이강인(발렌시아)을 최전방 공격수로 사용하는 ‘제로톱’ 전술을 사용했다. 최전방에 전통 공격수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인 이강인을 사용하면서 착실한 빌드업 전술을 사용하려 했다.

허나 이는 악수로 돌아갔다. 이강인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이강인을 프리롤로 두면서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했지만 기대와 달리 전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강인은 전방서 계속 고립됐고 공을 잡기 위해 계속 중원으로 내려왔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 속에 볼도 가지 않았다.

공격은 커녕 중원에서 연계 플레이도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자신감을 잃은 그는 전반 막판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벤투 감독은 전반에 별 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이강인을 후반전에 교체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제로톱을 통해 상대 수비라인의 균열을 꾀했다. 상대 수비가 우리를 압박할 때 포지션에서 끌어낼 수 있다면 그 빈틈을 2선에 있던 윙어(나상호, 이동준)와 섀도우 스트라이커(남태희)가 침투하는 움직임을 보이길 원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안 나왔다”고 실패를 인정했다.

이강인 제로톱 외에도 수비진 기용도 사실상 실패에 가까웠다.

대표팀의 레프트백 홍철(오른쪽). 사진=대한축구협회(KFA) 제공
이날 포백라인은 홍철(울산)-김영권(감바 오사카)-박지수(수원FC)-김태환(울산)으로 구성됐다. 이 중 홍철과 김영권은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홍철은 시즌 초반 입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지난 13일 포항 스틸러스전을 뛴 이후 일주일간 아예 경기를 뛰지 못했다. 대표팀 차출이 떨어지자 홍명보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영권 역시 경기를 오랫동안 뛰지 못한 상황이었다. 김영권은 일본프로축구 J리그 개막 직전 가족 문제로 한국에 귀국했다가, 팀에 뒤늦게 합류했다. 팀내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발생하면서 올 시즌 치른 경기가 없었다. 그의 마지막 경기는 지난 1월1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일왕배 결승전이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이들은 일본의 공세를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두 선수는 경기가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 바로 확인됐다. 스피드, 몸싸움 모두 상대에게 밀렸다. 점점 지쳐가는 모습도 역력했다.

전반전에 나온 실점 2개가 모두 왼쪽 수비에서 비롯됐다.

전반 16분 일본의 침투 패스를 김영권이 막았지만 볼이 살짝 떴고, 이를 일본의 오사코 유야가 재빨리 오른발 뒤꿈치로 패스했다. 실수로 인해 실점 위기를 맞았고, 골대 쪽으로 흐른 볼을 야미네 미키가 쇄도하며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한국의 골 그물을 흔들었다.

전반 27분 추가골을 허용했다. 이강인이 상대 진영 왼쪽에서 볼을 빼앗은 일본은 역습 상황에서 다이치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파고든 뒤 오른발 슛으로 또 한 번 실점했다. 왼쪽 수비에서 또 구멍이 났다.

이날 패인은 왼쪽 수비에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없던 것은 아니다. 센터백 자리에는 원두재와 김영빈이 대기 중이었다. 원두재는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고, 김영빈은 아직 A매치 데뷔전을 치르지 않은 신예였다.

홍철을 대신할 레프트백 자리에는 박주호가 있었다. 박주호는 레프트백 출전이 가능하지만 최근 소속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을 받고 있었다. 30대 중반인 박주호가 레프트백을 온전히 소화하기에는 무리라는 평가였다.

두 선수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것은 벤투 감독도 충분히 확인했을 것이다. 벤투 감독은 이들의 상황에 대비했어야 했지만 두 선수를 무리하게 발탁하고 기용했다. 결과는 치욕적인 패배였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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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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