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공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피의사실 공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기사승인 2021-04-08 14:25:37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제기가 ‘입맛’에 따라 이뤄진다는 비판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박 장관의 반론에도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박 장관은 8일 박근혜 정부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을 옹호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은 박 장관이 비판해온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당시 이 특별감찰관에 대한 사찰 문제가 불거져 ‘감찰 방해’ 대 ‘감찰 누설’이라는 구도가 있었다”면서 “공익성이 크거나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 수사 방해나 감찰 방해가 있는 경우 등 피의사실 공표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보고 ‘내로남불’이라고 하는데 평면적으로 두 경우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다. 한 사안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할 때 쓰인다.

피의사실 공표 문제제기는 박 장관이 지난 6일 언론을 통해 검찰 수사 결과가 유출되고 있다고 질타하며 불거졌다. 박 장관은 “특정 언론에 특정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라고 볼 만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매우 엄중히 보고 있다.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검찰의 행태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있었다. 

이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여러 의혹들이 언론이 흘러나온 것을 저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언론 등에서 불법 출국금지에 청와대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박 장관의 태도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사법농단 수사나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수사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여당·법무부·청와대는 침묵했다. 정권에 유리한 보도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권력형 수사가 생중계되는 것도 문제지만 깜깜이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박 장관을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한명숙 재판 모해 위증 의혹’ 사건의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재소자 김모씨의 혐의 사실을 수사지휘서에 적시했다는 이유에서다.  

형법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 등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는 자는 직무를 수행하며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해서는 안 된다. 공표했을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와 관련 사실상 처벌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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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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