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은 바란다, 오늘 하루 ‘운’이 좋기를 

소방관은 바란다, 오늘 하루 ‘운’이 좋기를 

‘욕설·폭행·진로방해’ 갑질3종 세트 시달리는 소방관들

기사승인 2021-04-16 06:15:02
119 구급대 자료사진. 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응급차량 통행 방해, 욕설, 폭행. 소방관의 구조·구급 활동을 막는 행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15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자동차(구급차 포함)의 진로를 막거나 출동에 지장을 주어 과태료를 받은 사례는 총 11건이다. 각 80만원씩 총 880만원이다. 2019년 14건(총 1340만원), 2018년 3건(240만원)으로 집계됐다. 

폭행과 욕설 등은 어떨까. 지난해 119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은 총 196건이다. 이 중 징역 3건, 벌금형 38건, 기소유예 3건, 선고유예 1건, 수사 재판 중 123건, 기타(집행유예, 무혐의, 내사종결 등) 28건이다. 2019년에는 205건의 폭행사건 중 6건만 징역이 확정됐다. 2018년에는 215건 중 징역 21건, 기타 76건으로 확인됐다.  

2019년 기준, 구조·구급 출동 건수는 271만9000여건에 달한다. 진로 방해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건은 이 중0.0005%에 해당한다. 폭행은 0.007%다.
 
화재 진압 훈련 중인 소방관. 박태현 기자 
소방관들의 이야기는 통계와 달랐다.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진로방해와 폭행·욕설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골목에서 구급차가 진입하던 택시에 가로막혔다. 구급차에는 당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응급환자가 타고 있었다. 길을 터 달라는 구급차와 택시 간의 실랑이가 몇분간 벌어졌다. 택시기사는 구급대원에게 “어린것들이 왜 싸가지 없이 말을 하느냐”며 화를 냈다. 박해근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은 “국민 의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소방관에게 짜증 내는 분들이 있다”며 “고의적으로 소방차의 진로를 방해했다면 사법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소방관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한 주민에게 모욕을 당했다. 소방차가 주민의 차를 가로막았다는 이유에서다. 주민은 욕설을 퍼부었다. 민원을 넣겠다고 A 소방관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이는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신체 접촉이 없었기 때문이다. A 소방관은 “불합리한 일을 겪어도 ‘운이 없었다’고 생각할 뿐”이라며 “신고가 적으니 처벌도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에서 일하는 9년 차 소방관도 “멱살 잡고, 때리고, 욕하고, 소방차를 발로 차도 (소방관들은) 아무도 신고하지 않는다”면서 “신고를 하면 조서 작성 등 몇 개월간 쉴 새 없이 이곳저곳 불려 다녀야 한다. 없던 일로 여기고 쉬는 게 낫다”고 이야기했다.

폭행에 적극 대응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2018년 전북 정읍에서 한 소방관이 술에 취한 남성을 제압하다 발목골절 등 상해를 입혔다. 남성은 욕설을 하며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된 소방관은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소방청. 박효상 기자
소방청 관계자는 “매월 국민참여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및 대국민 홍보 캠페인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7월 구조·구급대원에게 모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고 전했다.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는 소방관의 구조·구급 활동 방해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을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차의 진로를 방해할 경우 징역 5년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길을 터 주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욕설·폭행도 사법처리 대상”이라며 “다른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민원을 우려해 (소방당국에서) 쉽게 처벌을 요청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엄격한 집행을 통해 홍보와 계도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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