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피해 주민이라고 밝힌 A씨가 "살고 싶다. 방법 좀 알려달라"고 호소한 글이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6시쯤 A씨의 아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중 아래층에서 탑승한 남성 B씨와 마주쳤다. A씨의 아내는 B씨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지만 눈을 마주치지 않고 지하 주차장에서 내렸다.
이틀 후인 19일 오후 1시경 재택근무 중이던 A씨는 초인종이 계속 울려 현관문을 열었고 집 앞에 찾아온 B씨와 마추졌다. B씨는 "누구를 찾고 있는데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좀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A씨가 "그런 사람은 여기 살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B씨는 한참 동안 집 현관문 앞을 서성였다.
문제는 다음날인 20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30분쯤 B씨는 A씨 집에 다시 찾아와 현관문을 발로 차고 계속 벨을 누르면서 위협했다. B씨의 양손에는 흉기도 들려있었다.
계속 알 수 없는 협박을 하던 B씨는 경찰에 체포됐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B씨는 체포된 지 5시간 만에 심신미약을 이유로 풀려났다.
A씨는 "살해 협박을 하던 사람이 정신 이상, 심신미약으로 풀려났다고 한다. 실제 살인사건이 나기 전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법"이라며 "너무 두렵고 정신이 없어서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와 아내, 딸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촬영한 영상과 사진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한 남성이 양손에 흉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양주경찰서는 B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B씨가 정신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B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로 하면서 경찰은 불구속 상태로 사건을 수사하기로 했고, 피해자 주거지 주변은 상시 순찰하는 등 긴급보호 조치에 나섰다.
이후 A씨는 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추가 글을 올려 심경을 전했다.
A씨는 "피의자가 석방되고 가족들이 신병을 인도했다는 이야기를 경찰로부터 듣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했다"면서 "양손에 칼을 들고 휘두르는 사람에게서 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무 무기력하고 참담했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로 정신병원에 입원 예정이다.
그는 "문제는 B씨를 얼마나 잡아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면서 "의사 판단에 따라 몇 달 입원할 수도 있고 다음날 약 처방만 받고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퇴원하게 되면 연락을 준다고 하는데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고 말했다.
이어 "이곳으로 이사와서 아내와 딸이 얼마나 좋아하고 기뻐했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다 포기하고 '목숨만 지키게 해 달라'고 외치고 있다. 몇 달 정도의 안전이 보장된 시간을 주면 다 포기하고 이 아파트를 꼭 떠나겠다"고 강조했다.
누리꾼들은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는데도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풀려났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너무 화가 난다", "입원은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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